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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주52시간, 반도체 R&D에만 ‘급한 불’ 아니다
준비없이 내년 300인 이하 주 52시간제 시행하면 최저임금 과속인상 이상의 부작용 나올 수 있어

정부가 일본의 한국 수출제한 조치의 대응책과 관련, 연구·개발(R&D) 분야의 주52시간 근무제 특례(선택적 근로) 확대를 검토중인 모양이다.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나경원 의원이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게 중요한 R&D만이라도 주52시간제 예외업종으로 허용줄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홍남기 부총리가 “특히 반도체 R&D 관련은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얼마전 청와대 경제계 주요 인사 초청 간담회에서도 참석 기업인들은 R&D 분야 프로젝트에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는 데 따른 애로를 호소한 바 있다.

물론 노동계는 “R&D 분야는 근로시간·휴게시간 특례업종이 아니기 때문에 주 52시간제 시행 1년 만에 R&D 분야를 제외하려면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한다”면서 즉시 반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주 52시간 적용을 제외하겠다는 것이라기 보다는 재량근로 등 법 개정 없이 가능한 방안을 얘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런 모습이다.

하지만 주52시간제는 반도체 R&D에만 ‘급한 불’이 아니다. 좀 더 광범위한 대책이 논의되어야 한다. 주52시간제는 자칫 최저임금 과속인상과 똑같은 과정을 겪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워라벨은 커녕 인건비 상승에 따른 일자리 감소 등의 부작용은 오히려 더 클 수도 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3곳 중 하나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한다. 공장부지 가격 오른 것으로 근근히 버티는 기업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노동비용 상승 압력을 흡수하긴 어렵다. 대기업에 비해 근로조건, 재무상태가 취약한 중소벤처, 소상공인들은 거의 아무런 준비도 못하고 맨몸으로 ‘고용폭탄’과 맞딱뜨리게 된다.

근로자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의 60%정도를 받으며 초과 근무수당이나 특근 수당의 비중이 높은 이들에게 근로소득 감소는 곧 투잡으로 내몰린다는 의미다. 삶의 질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

안그래도 골드만삭스는 주 52시간제로 내년 성장률이 0.3% 포인트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한다. 내수가 부진하고 대외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을 더 지기보다는 고용을 줄여 생산을 감축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것으로 봤다.

지혜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내년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는 중소기업에 대한 면밀하고 정확환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그래야 미봉책을 방지 할 수 있다. 준비없이 덜컥 주 52시간제 도입을 해놓고 임금보전을 요구하는 버스노조의 파업에 정부가 한 것이라곤 세금으로 무마시키는 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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