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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풍년의 전설과 역설

  • 기사입력 2019-07-15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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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가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과잉생산으로 인해 양파가격이 폭락하면서 양파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양파 재배면적은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강수량, 일조량 등 생육에 적절한 기상여건이 이어지면서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크게 늘었다. 양파 생산량은 평년에 비해 17만톤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판매처, 소비처는 한정적인데 생산량이 갑자기 늘어나다보니 양파 산지 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30% 가까이 하락했다. 정부 차원에서 수매확대와 시장격리, 소비활성화에 나서고 있으나 17만톤에 이르는 물량을 단기간에 모두 소화하기는 쉽지 않다.

이를 두고 ‘풍년의 역설’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전통적으로 농업계에는 풍년을 기원하는 행사가 빠지지 않았는데, 이제는 풍년이면 총소득 감소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작황 호조로 특정 품목의 생산량이 갑자기 증가하는 사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비단 양파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올해만 해도 배추, 무, 대파, 마늘 등이 과잉생산으로 어려움을 겪었거나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상여건 외에 작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생산기술도 날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풍년의 역설’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확한 수급정보를 바탕으로 한 예측시스템의 고도화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가격을 지지할 수 있는 수요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는 수급 조절에도 한계가 따른다. 농산물 수급불균형은 ‘생산 증가’ 측면뿐만이 아니라 ‘소비 위축’ 측면에서도 원인을 찾아야 한다.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변화는 신선농산물 소비 위축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줄어드는 국내 소비를 갑작스럽게 끌어올리기는 매우 어렵다. 이런 점에서 농산물 수출과 가공은 ‘수요 확대’라는 의미가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최근 정부, 지자체 등과 협력하여 대만, 말레이시아 등에서 식품박람회 연계 양파 특별홍보관 운영, 현지 대형유통매장 판촉행사 추진에 나서고 있다. 한국산 양파의 단맛을 강조한 양파잼 등도 현지 소비자들에게 선보였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이르면 이달 말까지 2만톤 이상의 양파 수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작년 한 해 3,400톤이 수출된 것과 비교하면 획기적인 증가세다.

농산물 가공도 중요하다. 신선농산물은 가공을 통해 보관 및 유통기간을 늘리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라면, 음료 등 전통적인 인기식품에 그치지 말고 우리 농산물을 활용한 새로운 가공식품을 연구·개발할 수 있도록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가공식품은 신선농산물에 비해 해외수출 절차도 수월한 편이다. 장기적으로 신선농산물 가공을 전담하는 특구를 지정하고 이곳에서 수출까지 원스톱으로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불이 났을 때는 불을 끄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러나 화재진압과 함께 화재발생의 근본원인을 찾아 대책을 세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근본적인 구조변화 없이는 화재가 반복될 것이고, 그때마다 급한 불만 끄는 일시적 처방이 반복된다면 자원낭비, 도덕적 해이, 정책불신이 심화될 뿐이다. ‘풍년의 역설’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교한 수급정책과 함께 우리 농산물의 수요기반을 넓히기 위한 근본적 해법이 필요하다.

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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