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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쓸모있는 문학, 글쓰기의 즐거움…노년의 경제학자를 들뜨게…
문학은 쓸모없고 비생산적이라고 흔히 생각한다. 철학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최근 이들의 쓸모가 새롭게 발견되고 있다. 살아가면서 문제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인데. 그렇긴해도 문학이나 철학의 쓸모는 세상의 쓸모와는 좀 다르다. 나를 돌아보고 남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공감함으로써 한 단계 성숙해지는 데 있다.

경제학자인 이종원 성균관대 명예교수 또한 강단과 경제현장에서 바삐 움직일때만 해도 문학은 그런 존재였다. 직업전선에서 물러나 문학강좌를 듣고 글쓰기 공부를 시작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주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커지는 정서적 성숙을 체험”하게 된 것이다.

늦게 시작한 글쓰기에 재미를 붙인 그가 시니어 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펴낸 인생 에세이집 ‘뜨거운 가슴으로 차가운 머리로’는 한 개인의 삶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친 주요 사건들을 중심으로 구성, 자서전적 성격이 짙다.

평생 간직해온 알프레드 마셜의 짤막한 경구를 그대로 제목으로 삼은 책은 대학시절 사르트르의 앙가주망에 깊이 공감했던 그의 ‘일상의 전투’ 기록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격렬하다.

6.25때 아버지를 잃은 학생을 후레자식이라고 말한 선생에 반발해 얻어터진 이야기를 시작으로 군입대 첫날, 향도 직을 거부해 쇠막대 구타를 당한 일, 입사한 한국은행에서 도지사 호출 불응, 총재 모시기 거절, 지방은행의 관행적인 접대문화에 출장 거부에 이어 재무부 직원의 반말 전화에 득달같이 재무부로 달려가 따졌다는 얘기엔 ‘현대판 돈키호테’를 보는 듯하다.

비일상이 일상인 부조리에 저항한 그의 행동은 비리가 만연한 60, 70년대는 물론, 오늘날에도 단연 도드라져 보인다.

엄혹한 제 5공화국 시절, 대학가 얘기들은 증언에 가깝다. 미 문화원점거사건, 민정당사 점거사건 등에 성대 학생 9명이 연루돼 경제학과 폐과가 공론화된 안국동 한정식집 현장, 평창면옥사건 등 당시 암울하고 긴박한 현실을 생생하게 전한다.

믿음의 문제, 살아오면서 만난 인연, 노년의 삶을 돌아보는 사유의 글들도 눈길을 끈다.

저자는 “인생 후반기에 들면서 보다 능동적이고 실효성 있는 참여 방안을 모색하게 되었다”며, 새로운 질서를 추구하고 실천해가는 이들을 후원하는 것도 보다 성숙된 단계의 앙가주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고백한다.

글쓰기는 행동이라는 사르트르의 관점에서 보면, 저자의 이런 글쓰기 또한 일종의 참여의 방식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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