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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한결의 콘텐츠 저장소]‘호모루덴스’ 신나는 춤사위 인류 놀이의 본질적 의미는
네덜란드의 역사가이자 철학자인 요한 하위징아는 지혜롭게 생각하는 인간, 도구를 만들고 사용하는 인간으로서 호모사피엔스, 호모파베르와 같은 수준으로, 제 3의 기능인 유희(놀이)하는 인간 ‘호모루덴스’를 주장했다. 그 내용은 놀이가 사회에서 어떻게 구체화 되는지에 대한 문화적 관계로서 놀이와 경기, 놀이와 법률, 놀이와 전쟁, 놀이와 철학 그리고 가장 정점인 놀이와 예술 등 문화 그 자체가 놀이의 성격이 있다고 역설한다. 문화의 놀이요소 즉, 놀이는 문화적 현상이라는 놀이 개념을 토대로 인간의 유희 속 그 본질과 의미 찾기를 시도한 공연이 있었다.

2019 모다페의 폐막을 장식한 ‘호모루덴스(HomoLudens)’가 바로 그것이다. 사단법인 한국무용협회가 주최하는 국제현대무용제 모다페(MODAFE)는 그동안 국내·외 우수한 작품을 초청, 관객에게 소개하여 해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의 무용흐름을 읽을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그리고 금년에는 더 큰 흐름으로 나아가는 모습 볼 수 있었는데, 그 시도 중 하나로서 ‘모다페 프로젝트’의 시행이 있었다. 모다페가 작품 제작에 투자하고, 그 작품이 해외에서도 공연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올 해 2019 모다페 프로젝트로 제작·공연된 작품은 ‘호모루덴스’다. 스트릿댄스를 기반으로 현대적인 움직임을 가미하여 색다르게 표현해냈는데, 영국의 프랭키 존슨(Frankie Johnson)의 픽업그룹과 언플러그드 바디즈(Unplugged Bodies)의 김경신, 툇마루무용단의 김형남이 안무로 참여한 가운데 세 단체의 협업으로 이루어졌다. 

 
2019 국제현대무용제 폐막작 ‘Unplugged Bodies-HomoLudens’. [MODAFA 홈페이지 캡쳐]

무대는 옆과 뒤의 검은 막을 올리고 조명을 노출시켜 개방감 있게 사용됐다. 무대 한 가운데에 커다란 인공 암벽이 내려오는가 하면, 야구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명타워에서는 강렬하고 자극적인 빛이 쏟아진다. 무대는 마치 하나의 경기장을 보듯 조감도를 선사하고 있었다. 규칙이 없는 단순한 인간의 유희본능이 점차 일련의 게임으로 발전ㆍ변화되고, 자발적인 즐거움과 웃음의 행위로 시작해 폭력과 축제로 변모하는 일련의 과정을 상징적으로 나타난다.

호루라기를 불거나 관객의 환호를 유도하면서 놀이나 게임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도 하고, 어떤 놀이의 형태적 특징이 은유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호모루덴스답게 놀이가 그대로 들어나지만 가벼워 보이거나 뻔하지 않게 느껴졌다. 그 이유는 장면의 강약을 잘 조절한 구성과 적절한 때에 튀어나와 몰입을 끌어올리는 강렬한 음악사용, 스트릿댄서들의 날렵하고 빠른 움직임과 현대적 몸짓의 조화를 잘 드러내주는 무용수들의 기량이 조화를 잘 이뤘기 때문이다. 그렇게 역동적이었던 무용수들이 LED빛으로 둘러싸인 커다란 직육면체 속에서 전율하는 가운데, 녹색 나무들 사이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모습은 천진하기만 하다.

‘호모루덴스’는 인간의 본성과 본능에 대한 호모(Homo)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이다. 영국의 러셀말리펀트(Russell Maliphant)무용단, 호페쉬섹터(Hofesh Shechter)무용단 출신의 김경신과 2018 평창패럴림픽 폐회식, 인천아시아게임 개막식 등 주요 국가행사의 안무를 맡아온 김형남, 2016년 세계적인 팝가수 카일리 미노그(Kylie Minogue)의 싱가폴 공연 초청 아티스트이면서, 각종 CF에 출연한 바 있으며 세계 최정상급 스트릿댄스 월드 챔피언인 프랭키 존슨의 세 안무자가 만들어낸 ‘호모루덴스’는 국적과 문화를 막론하고 인간, 인류가 자연스럽게 가꿔온 문화라는 놀이 속에서 인류의 궁극적 미래를 엿볼 수 있었으며, 인간의 원초적인 놀이 행위로 부터 무용적인 움직임 까지 그 사이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dear.hankyeo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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