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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베이트 사라지면…술값 정말 오를까
주류가격 인상 우려 확산
주점·식당 70~80% 영향 적어
업계·전문가 “가능성 낮아”
제조사엔 출고가 인하 요인
위스키는 ‘거품’ 줄어들수도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주류 매대에서 소비자가 제품을 고르고 있다. [연합]

국세청이 다음달 시행하는 ‘주류 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개정안을 두고 주류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주류 제조사와 도매상ㆍ자영업자가 판매 장려금(리베이트)을 주고 받으면 모두 처벌하는 ‘쌍벌제’가 담겼기 때문이다. 그동안 받아오던 지원금이 사라지면 주점, 식당 등이 이를 보전하기 위해 주류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올 상반기 각종 식료품은 물론 소주, 맥주 등 가격이 줄줄이 올랐던 터라 이번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서민입장에선 우려감도 있다.

하지만 기존 비용 절감에 따라 주류 제조사들이 이를 활용한 소비자 혜택 등을 내놓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외식업계 경쟁 심화로 자영업자들도 가격 인상에 나서긴 어려워 당장 술값 인상이 이뤄지진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일각에선 위스키 등 리베이트 규모가 컸던 주종을 중심으로 가격 인하 가능성도 제기한다.

▶리베이트 사라지면 술값 오른다? “가능성 낮아”=주류업계와 전문가들은 리베이트 금지가 술값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일반 소비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주점 및 식당은 대형 유흥업소 등에 비해 리베이트 금지로 인한 타격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모(45)씨는 “(주류 구입비를) 한달에 400만~500만원 이상은 써야 주류회사 직원들이 매일같이 드나들며 혜택도 주는 거고 대부분 영세 자영업자는 딱히 (리베이트) 받아온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인천 주안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최모(38)씨는 “한달에 리베이트 몇백씩 받는다는 걸 보면 딴 세상 얘기 같다. 수제맥주 1+1 행사 정도 외엔 받은 게 없다보니 피부에 와닿는 변화는 없다”고 했다.

주류도매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전국 1100여개 주류 도매상 가운데 리베이트가 쏠리는 업체는 20~30곳에 불과하다. 이들 거래처는 양주ㆍ맥주를 대량 취급하는 대형 유흥업소 비중이 높다. 그렇다보니 일반 식당이나 주점을 운영하는 영세 상인들은 리베이트가 미미한 수준이거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임은빈 경일주류 사장은 “이번 리베이트 금지가 주류 가격 인상 요인이라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지금까지 리베이트는 양주를 다량 판매하는 일부 업체들에 집중돼 왔다”고 말했다.

한국주류산업협회 본부장 등을 역임한 조성기 아우르연구소장(경제학박사)은 “일반 소비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식당ㆍ주점의 70~80% 수준은 리베이트를 받아도 3% 내외 적정 수준으로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규모가 아니다”며 “단란주점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유흥업소나 양주를 취급하는 주점은 일반 소비자와 관계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리베이트가 소비자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리베이트를) 많이 받아온 업자들의 입장”이라고 했다.

물론 일반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외식업소 중에서도 비교적 규모가 큰 곳은 리베이트를 상당 규모 받을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업소들이 리베이트가 끊기는 것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검토하기란 쉽지 않다. 올 들어 소주와 맥주 출고가가 오르면서 가격 인상을 이미 단행한 업체들이 많은 데다, 외식업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류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리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주류사 “출고가 인하도 검토…가격인하 가능성”=그간 주류 제조사들은 도매상 등 거래처에 현금성 리베이트를 30% 가량 제공하거나, 법인카드로 부정 매출을 발생시켜주는 등의 행위를 관행으로 이어왔다. 이렇게 나가던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제조사들은 출고가 인하를 포함한 소비자 혜택 강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영목 하이트진로 상무는 “도ㆍ소매업체와 상생 방법을 찾는 동시에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가격 인하까지 포함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이제 자금으로 영업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닌 만큼 합법적인 영업방식을 개발해야 하고, 품질력을 높이기 위한 연구ㆍ개발(R&D) 투자도 더 늘려야 할 필요가 있어보인다”고 했다.

변형섭 오비맥주 이사 역시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한다는 건 제조사 입장에선 중간 유통상에게 지급하던 판매ㆍ관리비용이 줄어드는 부분이기 때문에 할인 프로모션 등 소비자에게 직접 혜택을 주는 판촉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체에서 진행하는 ‘4캔 1만원’과 같은 할인 프로모션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일각에선 이번 개정안이 주류 제조사가 거래처에 납품하는 가격을 달리 책정할 수 없도록 제한하면서, 대형마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공급받았던 편의점의 할인 프로모션이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제조사가 최종 유통단계에서 가격 책정 부분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편의점 등에서 할인 판매를 축소한다면 이를 상쇄할 만한 다른 프로모션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관계자는 밝혔다.

▶위스키업계 “시장ㆍ가격 정상화” 기대감 ↑=특히 업계에선 리베이트 비중이 높았던 위스키 가격 거품이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그간 18만~20만원짜리 위스키 한박스(6개)가 도매상에 공급되면 리베이트 금액만 5~6만원 달했다. 2차 거래처인 유흥업소로 지급되는 1~2만원 상당까지 합하면, 위스키 리베이트 지원 규모는 공급가의 40% 수준에 달한다. 이번에 개정되는 고시에 따르면 위스키 제조ㆍ수입사는 도매업자에게 1%, 유흥음식업자에게 3% 한도에서 금품을 제공할 수 있다.

위스키 제조ㆍ수입사들은 대부분 “아직 (고시 개정안) 시행 전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천안아산지역에서 주류도매상을 운영하는 유성근 충남종합주류도매업협회장은 “대형 위스키업체들은 리베이트 지출 없이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면 가격인하 여지도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물론 주류 제조ㆍ수입사들의 가격인하 등이 현실화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리베이트 금지로 인해 주류 업체들이 아끼게 되는 비용이 소비자 후생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추후 감시와 압박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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