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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전통시장에서 일수대출 없앤 미소금융
“이제 우리 시장에 고금리 일수 대출은 없습니다.”

지난 1월 서울 답십리 현대시장 현장 간담회. 그곳에서 만난 한 상인이 밝은 목소리로 힘주어 이야기했다. 과거 현대시장 상인들은 일수업자들의 단골손님이었다. 일수대출로 100만원을 빌리면 월 이자가 5부, 즉 연 60%를 넘는 경우도 있었다. 터무니없이 비싼 이자였지만 신용이 낮아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기 힘든 상인들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미소금융 전통시장 소액대출이 들어오면서 달라졌다. 현대시장 상인회는 서민금융진흥원(구 미소금융중앙재단)으로부터 대출 재원을 받아 직접 소액대출 상품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운영자금이 필요한 상인들에게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받아 자체 융자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돈을 빌려줬다.

상인 개개인의 어려운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상인회가 주축이 되자 도움이 필요한 가게를 적시에 지원할 수 있었다. 시장 상인들을 옥죄었던 일수 대출도 자연스럽게 경쟁력을 잃고 자취를 감췄다. 시장에는 서로의 신뢰를 기반으로 전통시장 소액대출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관계형 금융’이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전통시장 소액대출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천한 전통시장에 진흥원이 최대 2억원의 자금을 지원하면, 상인회에서 소속 상인들에게 운영자금을 빌려주는 대표적인 서민금융 상품이다. 2008년부터 시작해 현재는 전국 308개 시장에서 운영하고 있다. 2017년 말까지 약 6만4000명의 상인들에게 3470억원을, 2018년에는 평균 3.1% 금리로 6123명에게 432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고금리 일수업자에게 눈 뜨고 코 베였던 상인들의 삶이 진흥원의 전통시장 소액대출로 점차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간 12개 전통시장을 직접 방문해 소액대출을 이용한 상인들의 다양한 사연들을 들었다.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딸과 함께 작은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80대 할머니는 가게 운영자금이 부족할 때면 비교적 손쉽게 빌릴 수 있는 일수대출을 이용했다. 일수업자들이 매일 같이 찾아와 3~4만원씩 이자를 가져갔고,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매출은 미소마저 앗아갔다.

갚아도 갚아지지 않는 산더미 같은 빚 부담에 아무한테도 말 못하고 끙끙대고 있을 때, 그의 사정을 알아챈 상인회에서 전통시장 소액대출을 권유했다. 상인회에서는 대출을 승인하면서 “꼭 빚 갚는 데 쓰셔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그는 금리가 높은 일수대출부터 2~3차례에 나눠 갚으면서 조금씩 숨통을 틔웠다. 그 후로는 아무리 힘들어도 일수대출은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이처럼 활력을 되찾는 전통시장 영세상인들이 더욱 많아질 수 있도록 진흥원은 앞으로도 전통시장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소액대출 사업을 보다 확대하고, 이달부터는 전통시장 금융 컨설턴트 사업을 새롭게 시작한다. 금융업 종사자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금융 컨설턴트가 직접 상인들을 찾아가 금융상담과 교육을 진행하며, 대출을 운영하는 상인회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금융정보가 부족한 시장상인들에게 금융상담 서비스를 시기적절하게 지원함으로써 전통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 나라의 현재를 알고 싶으면 시장에 가보라는 말이 있다. 서민경제의 큰 축인 전통시장 상인들의 삶이 곧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전통시장 소액대출이 고금리 일수대출로 인한 상인들의 고통을 덜어주었듯 앞으로도 영세상인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지원책을 고민하고 세심하게 살펴나갈 것이다. 이를 통해 전통시장이 활기를 되찾아 든든한 마음으로 가게 문을 여는 시장상인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희망한다.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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