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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제3 인뱅 무산의 교훈
“어영부영 들어오면 안 된다는 겁니다.”

지난 26일 발표된 제3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 결과에 금융권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심사 결과를 공개하는 자리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다.

토스와 키움컨소시엄 모두 탈락할 것이라고 내다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정부의 규제완화 방침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외부평가위원들이 심사기준을 너무 높게 잡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외부평가위원들의 심사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기준이 높았던 것이 아니다”라는 관전평을 내놨다. 후보자들이 제출한 사업 계획에서 기존 은행과 차별화되는 혁신성을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얘기다.

이번 예비인가 심사 결과는 인터넷 전문은행을 이미 출범시켰거나, 출범을 준비해온 관련 업계 스스로 자초한 면이 크다. 출범 2년이 지나고 있는 인터넷 전문은행 두 곳에 대한 금융권 내부의 평가는 차갑다.

비대면 채널 서비스의 질적 강화, 오프라인 창구 비용 절감에 따른 가격경쟁력 등 인터넷 전문은행에 걸었던 기대가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기존 은행권의 혁신을 앞당길 ‘메기 효과’는 먼 얘기가 되고 있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도 현재 인터넷 전문은행들의 상품이 기존 은행 상품을 따라가는 수준이라는 평이 많다. 포화된 국내 은행 시장에서 기존 사업 영역 내 경쟁만 더욱 부추기는 비효율을 나을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주로 판매하고 있는 금융상품은 기존 은행 시장에서도 경쟁이 치열한 고신용 신용대출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차별화된 혁신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현실에서도 증명되고 있다. 국내 1호 인터넷 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여전히 적자다. 과거 케이뱅크는 예비인가 심사 과정에서 혁신성 부문에서 경쟁자들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지만 주주 안정성 등 자본력을 평가 받아 인가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케이뱅크는 주주안정성이 흔들리며 최근 경영이 어렵다. 증자가 제대로 되지 않아 영업이 흔들리고 건전성까지 훼손되는 지경이다. 반대로 출범 당시 혁신성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진 카카오뱅크는 원활한 증자를 바탕으로 영업이 순항하며 올해 1분기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3분기 중으로 제3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가 다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치권의 관심이 높다. 우회적으로 두번째 심사에서는 제3 인터넷 전문은행이 출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것도 여권 내부에서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제한) 원칙을 훼손한다는 지지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힘들게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정작 금융당국이 인가권을 쥐고 혁신성장을 막고 있다는 식이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8월 ‘규제혁신 1호’로 지목한 정부의 핵심 혁신성장 법안이다.

금융당국 일부에서도 벌써부터 두번째 심사와 관련된 발언들이 나오고 있다. 한번 탈락한 후보자들이 사업 계획과 비전을 가다듬어 다시 참여하고, 기존에 참여하지 않았던 기업들도 예비인가를 신청하면 흥행에 성공할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혁신성이라는 게 단기간에 갖춰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혁신성을 바탕으로 남다른 사업모델을 구축할 수 없다면 이른바 돈 있는 주주들의 참여를 유도해 자본안정성을 높이기 어려울 수 있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이번에 떨어진 키움과 토스가 손을 잡는, 제2의 카카오뱅크 모델을 기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철학이 다른 두 주주가 지배하는, 최대주주가 분명하지 않은 조직이 일사분란한 효율을 높일 수 있을까?

국내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자인 네이버가 국내가 아닌 일본에서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하는 것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나라간 규제격차가 사업기회를 제약하고 있지는 않은지.

혁신을 하기 위해 인터넷 전문은행이 필요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인터넷 전문은행을 해야만 혁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왕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안되는 걸 억지로 해서는 곤란하다. 할려면 제대로 해야한다.

이승환 IB금융섹션 금융팀 기자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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