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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김다은 소설가·추계예술대 교수] 골리앗의 혀
양치기 소년 다윗과 용사 골리앗의 싸움은 구약성서의 ‘사무엘 상’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 싸움의 결과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많지만, 시작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당시 이스라엘 군대는 철제 무기를 가진 강적 블레셋과 여러 차례 접전을 벌였다. 이번에는 블레셋이 장수 골리앗을 앞세워 이스라엘을 쳐들어온 것이다. 2미터가 넘는 키에 50Kg이 넘는 갑옷을 걸친 골리앗은, 7kg의 창과 방패로 완전 무장한, 그야말로 보는 것만으로도 위압적이고 두려운 존재였다. 싸움의 시작은 골리앗이 이스라엘 군대를 향하여 “사울 왕의 신복”라고 공개적으로 모독하면서 자신과 맞붙어 싸울 이스라엘 대표를 내보내라고 큰소리를 치면서였다. 가끔 고대 전쟁영화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인데, 양쪽의 전면전에 앞서 양쪽 대표가 맞붙어 승부를 결정짓는 1대1 싸움을 도발한 것이었다.

이 때, 이스라엘 왕국의 양치기 소년이었던 다윗이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군대에 나가 있는 형들을 보러 왔다가 이를 목격하게 되었다. 사울 왕과 백성들이 골리앗의 도전에 떨고 있을 때, 다윗은 모욕을 참지 못하고 이스라엘 군대의 대표가 되기로 결심한다. 사울 왕이 내어주는 갑옷과 창이 익숙하지 않아 방해가 됨을 깨닫고, 양떼를 사자나 곰으로부터 지키면서 숙련된 자신만의 노하우를 사용하기로 결정한다. 어린 다윗은 물매와 다섯 개의 돌만을 가지고 뛰어나가 물맷돌로 골리앗의 이마를 적중시킨다. 골리앗이 쓰러지자, 다윗은 도리어 골리앗의 칼을 뽑아 그를 찌른다.

이 싸움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자신이 아무리 강해도 상대방을 의도적으로 모독한 경우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골리앗이 정정당당하게 싸움을 벌였다면 간단하고 빛나는 승리를 거두었을 것이다. 자신의 강한 무기와 능력을 써보기도 전에, 그는 도리어 소년에게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이는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대립 관계에 놓이거나 한 판 결전을 벌여야할 상황이 벌어질 때도, 결코 함부로 사용하거나 놀려서는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준다. 물론 종교적인 관점에서 다윗이 ‘신의 돌’을 가졌었다고들 말하지만, 사람은 저마다 삶 속에서 단련된 물맷돌을 가지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편, 프랑스의 언어학자 로만 야곱슨은 언어 소통의 여섯 가지 기능을 말한 바 있다. 정보전달, 감정표현(오!, 감탄사), 능동적 기능(호격이나 명령), 친교적 기능(‘여보세요’처럼 대화를 위해 필요한 표현), 메타언어적 기능(사전처럼 언어의 이해를 도와주는 언어) 그리고 시적 기능(리듬 등)이다. 만약 일곱 번째 기능이 있다면, 필자의 생각에 그것은 ‘품격의 기능’이다.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하루 종일 말을 사용한다. 말을 통해, 발화자는 교양과 품격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골리앗을 통해 본 것처럼, 힘과 능력을 갖추는 것과 말을 통해 인격과 품격을 드러내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품격을 갖춘 말은 발화자를 높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상대방의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말로 상대방을 모욕하고 끌어내리려고 작정한다면, 말의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는 알 수 없다. 결국 거인 골리앗을 허망한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자신의 짧은 세치 혀였다.

김다은 소설가·추계예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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