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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中 무역전쟁 시작도 끝도 화웨이…‘디지털 철의 장막’ 친 ‘기술냉전시대’
군사력 대결에서 기술전쟁으로 냉전시대 본격화
중국 검열 정책ㆍ거래 차단으로 중국에 드리운 ‘디지털 철의 장막’
시진핑, 희토류 수출 제한 카드 만지작…갈등 장기화 포석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 ‘봉쇄 작전’에 구글, 퀄컴, 인텔 등 IT 대기업들이 가담하면서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고율 관세에서 시작해 기술 분야까지 확전되고 있는 세계 경제 1,2위 대국 간의 패권 전쟁은 과거 미국과 구(舊)소련 사이 간 40년 이상 진행됐던 ‘냉전(cold war)’마저 방불케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중국과 미국이 기술적 냉전을 시작했다”면서 최근 미국이 중국 1위 기술 기업인 화웨이를 거래 제한 리스트에 올린 것은 “‘디지털 철의 장막’의 시작이다”고 분석했다. 2차 세계대전 후 소련 진영에 속하는 국가들의 폐쇄성을 일컬어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이 언급한 ‘철의 장막(Iron Curtain)’에 빗댄 것이다.

NYT는 중국이 일찍이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자국 내 접속을 차단하는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 구축에 열을 올려온 가운데, 미국이 화웨이의 공급선마저 틀어막자 중국과 중국 외 국가 사이에 자ㆍ타의적 장막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웨이 때리기를 통해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미국의 시도는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지난 16일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올린 이후, 구글이 중국 화웨이의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 일부 최신 버전의 사용권을 박탈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화웨이는 새롭게 출시하는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할 수 없다.

구글에 이어 인텔과 퀄컴, 브로드컴, 자일링스 등 반도체 제조사들도 화웨이 측에 부품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화웨이는 자체 개발한 OS와 이미 확보해 놓은 부품으로 미국의 공세를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문제는 거래 중단 릴레이가 미국을 넘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닛케이 아시안 리뷰에 따르면 독일의 반도체 기업 인피니온 테크놀로지 역시 미국의 거래 제한 조치 이후 화웨이에 부품 공급을 중단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NYT는 “중국은 앞으로 계속해서 세계의 많은 국가로 부터 방해를 받을 것”이라면서 “미국과 다른 많은 나라들은 차례로 중국 기술 차단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후 미국은 20일 화웨이가 기존 네트워크 보수와 점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제공을 위한 목적으로 미국산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거래제한 조치를 일부 완화하기는 했다. 하지만 여전히 새 제품 제조를 위한 미국 제품 구매는 제한된다.

여기에 중국이 이미 전개하고 있는 강력한 검열정책까지 맞물리면서 오늘날 ‘기술 냉전’은 결국 중국의 인터넷 인구를 극단적인 고립상태로 몰고 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이 경제적, 기술적으로 폐쇄적 상황에 놓이면서 중국인들이 자국산 칩과 소프트웨어로 구동되는 중국산 전화기와 기기만을 사용하게 되는 날이 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술조사업체 캐널리(canalys)의 니콜 펑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많은 중국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포괄적이고 빠르게 전개됐다“면서 “이제 더 많은 중국인들이 자신들의 고립을 진짜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중 간 무역갈등이 기술 전쟁으로 번지자 중국도 관세 외에 맞불용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 20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자국 희토류 관련 업체를 방문하자 주요 외신들은 중국이 미국에 대한 보복카드로 희토류 수출을 제한, 무역전쟁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고 분석키도 했다.

다만 양국의 패권 전쟁이 미중 무역분쟁의 일환으로, 미국이 화웨이를 ‘협상 카드’ 이상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는 무역 협상이 타결될 경우 화웨이의 거래선도 회복되면서 기술 전쟁이 조기 종식될 것이라는 낙관적기대에 힘을 싣는다. 블룸버그 통신은 “화웨이 내부와 업계에서는 미국발 부품 공급중단 사태가 기대 이상으로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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