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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온 美로멜라연구소 로봇들…데니스 홍 “‘로봇 개발 원동력은 재미”
‘UCLA 로멜라(RoMeLa) 로봇 전시회’ 개최
데니스 홍 美UCLA 교수 인터뷰

UCLA 로멜라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데니스 홍 UCLA 기계항공공학과 교수가 19일 서울 종로구 아트센터 나비에서 열린 로멜라 로봇 특별전에서 로봇 소개를 하는 모습. [사진 신보경PD/bbok@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우와아아”

19일 서울 종로구 아트센터 나비에서 열린 로멜라 로봇 특별전. 네 다리를 가진 로봇 ‘알프레드2’가 제자리에서 1m 이상 뛰어오르고도 안정적으로 착지하자 구경하던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탄성을 내질렀다. 알프레도2는 두 다리로 서고 나머지 두 다리로 물건을 집어 들고 내리기도 했다. 평평하지 않은 바닥에서도 균형을 잡고 섰고 ‘터보 모드’에서는 초당 2m로 속력으로 빨리 달리기도 했다. ‘와아’, ’신기하다’ 등의 흥분된 목소리가 곳곳에서 새어나왔다. 7살 난 아들과 온 장윤경(37) 씨는 “아이와 로봇 전시를 가면 로봇을 말 그대로 ‘전시’만 한다”라며 “그런데 이번 특별전은 로봇을 생생하게 체험하고 연구원도 직접 만나는 특별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열린 로멜라 로봇 특별전에는 미국 UCLA 대학의 로멜라(RoMeLa) 연구소에서 지난 5년간 개발한 로봇 11종이 전시됐다. 입장료는 없다. 900명 정도의 관람객 수용이 가능할 뿐인데 1500명까지 몰렸다. 

UCLA 로멜라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데니스 홍 UCLA 대학 기계항공공학과 교수는 이날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성과 발표를 위해 로봇을 한국으로 가지고 오게 됐다”면서 “그런데 연구자들끼리 심사 평가만하고 끝낼 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로봇을 보고 체험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특별전을 위해 그가 사비로 로봇 용달 비용을 댔고 아트센터 나비 노소영 관장이 전시회 장소를 지원했다. 광운대 로봇 동아리 ‘로빛(Ro:bit)’ 학생들이 전시를 도왔다. 데니스 홍 교수는 “순전히 좋아서, 재밌어서, 우리 스스로 만든 전시회”라며 “그런데 학생들이 기술적인 좋은 질문을 많이 물어서 깜짝 놀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 고등학생은 로봇이 방사대칭이라서 직교좌표가 아닌 구형좌표를 쓰면 좋겠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UCLA 로멜라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데니스 홍 UCLA 기계항공공학과 교수는 19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로멜라 연구소는 ‘재미’를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진 신보경PD/bbok@heraldcorp.com]

인공근육 기술 접목한 로봇 처음 선보여…“고정관념을 깨라”

이날 전시에는 로봇이 점프하거나 달리는 등 역동적인 보행을 가능하게 하는 로봇 엑추레이터 ‘베어(BEAR)’가 접목된 ‘알프레드2’와 ‘나비2’가 새롭게 등장했다. 베어는 로봇이 인간처럼 탄성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이른바 인공근육 기술이다. 모듈 시스템에 수랭식 쿨러를 부착해 파워 성능을 크게 높였다. 내년도에 국제 로봇 축구대회인 로보컵에서 선보일 로멜라 연구소의 로봇 아르테미스에도 베어 엑추레이터가 장착될 예정이다.

데니스 홍 교수는 “지난 10년간 사람 형태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연구해 왔지만 휴머노이드 로봇은 너무 느리고 잘 넘어지고 복잡하고 비싸고 위험하다는 단점이 있다”라며 “로봇이 사람처럼 생겨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베어를 활용한 로봇들은 인간의 근육처럼 탄성을 가지고 작동하기 때문에 다양한 움직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마치 사람의 근육과 같이 프로그램을 통해 필요에 따라 딱딱하고 정교하게 조절이 가능하고, 말랑말랑하고 부드럽게 제어가 가능한 로봇 액추에이터 '베어(BEAR)' [사진 로멜라 연구소]
베어가 장착된 로봇, 알프레드2 [사진 로멜라 연구소]

베어를 활용해 개발한 나비2의 경우 이족 보행 로봇이지만 두 다리가 왼쪽과 오른쪽으로 배치되지 않고 앞과 뒤로 배치돼 안정적으로 걷는다. 나비2는 스프링 재질의 발을 사용해 주변 환경으로부터 받는 에너지를 스프링에 저장하고 다시 내보내 보다 동적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 무릎을 연속적으로 360도 돌 수 있게 설계돼 계단과 높은 장애물도 쉽게 오르고 넘어간다. 특히 베어 엑추레이터와 연결된 소프트웨어의 힘, 마찰, 제동 등 물리적인 특성 값을 바꾸면 나비2는 높이 뛰고도 안전하게 착지해내기까지 한다. 그는 “발레리나와 펜싱 선수의 움직임에서 영감을 얻었다”라며 “역발상을 하지 않으면 사람처럼 생기지 않은 이족 보행 로봇을 떠올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로봇 전시회에서는 헬륨 가스를 채운 로봇 발루도 선보였다. 넘어지지 않는 로봇을 만들기 위해 중력의 방향을 바꿔본 것이다. 발루가 걷는 모습은 마치 달 표면을 걷는 우주인처럼 부드럽고 우아했다. 데니스 홍 교수는 “로봇이 사람을 닮았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라며 “사람을 위한 로봇이라면 그 어떤 형태도 만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끊임없는 로봇 개발 원천은 ‘재미’

기발한 상상을 특유의 창의성으로 풀어내는 로봇이 끊임없이 개발되는 원동력에 대해 묻자 데니스 홍 교수는 ‘재미’를 꼽았다. 그는 “로멜라 연구소는 밤낮 할 것 없이 학생들이 북적거리는데, 그게 약속이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라며 “재미가 있으면 열정이 생기고 이후 탐구력, 창의성은 자연스레 따라온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재밌는 아이디어가 나오면 연구자들이 스스로 모여 토론하고 그 자리에서 만들고 실험하고 고장도 낸다”라고 덧붙였다.

데니스 홍 교수가 실패의 중요성을 거듭 역설하는 것도 이와 맞닿아 있다. 그는 연구원들이 로봇을 고장 내도록 더 높은 단계의 목표를 제시하며 엔지니어를 밀어부친다고 했다. 

그는 “연구원들은 행여나 비싼 장비가 고장날까봐 조심스럽게 다루는 경우가 많다”라며 “그런데 고장이 나야 배울 수 있다. 안전한 방법만 연구하고 개발하면 혁신은 절대 나오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그는 “실패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도전을 하지 않았다는 것과 같다”며 “성공하면 행복하고 실패하면 배운다”라고 말했다.

데니스 홍이 소장인 로멜라 연구소는 세계 최고의 로봇연구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연구원도 학부와 대학원생을 합해 40명이 넘는다. 미국 대학 내 최대 규모다. 데니스 홍 교수는 “무엇보다도 리더는 치어리더가 돼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내가 치어리더가 되면 연구소가 창의적인 에너지로 가득 채워지고 마구 흔들리는 걸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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