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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립성 논란 끊이지 않는 국민연금]‘기업옥죄기’ 유혹 탈피…“정부 입김 줄이고 전문성 확보를”
정부 스튜어드십 코드 근거 주주권 행사 권장
과거 주주권 행사 檢수사 등에 눈치보기 극심
윤용성과 따른 보상체계로 독립·전문성 제고
기금운용공사 설립에 대해서는 찬반의견 분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

국민연금에 대한 정부의 개입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가장 높다는 지적은 최근 부쩍 잦아지고 있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둘러싼 갈등에서 확연히 증명된다.

지난 3월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논란이 가열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국민연금의 독립성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의 필요성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는 연금을 수탁자 입장에서 운용해야할 국민연금이 정부의 기업관에 지나치게 경도되고 있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연금사회주의’라는 비판도 거침 없이 쏟아냈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 3월 주총 시즌에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표이사 재선임 안건에 ‘기업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는 등 스튜어드십 코드를 근거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섰다.

국민연금은 향후 ‘주주 배당 중시’뿐만 아니라 횡령ㆍ배임 등 법 위반 우려, 임원 보수한도 적정성 등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을 더 넓힐 예정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 3월 주총 시즌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다른 투자자들도 스튜어드십 코드가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주주활동을 한다면 국내 자본시장도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한 단계 성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관계 부처의 수장이 구두로 국민연금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설정한 것과 다름 없다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국민연금은 가입자의 수탁자로서 책임을 진다. 가입자 외의 영향으로부터 독립돼야 하지만 정부나 업계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며 “특히 정부는 국민연금의 재정에 책임이 있는 만큼 일정 정도 운용체계에 관여하는 것은 맞지만 위원회 조직이나 안건 심의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 실장은 “국민연금이 중요한 투자 전략의 하나로 주주권 행사까지 들고 있다. 주주권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는 기업인데, 정부의 영향력을 지금보다 줄이거나 중립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 기금운영위원회의 운영에 있어 독립성과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 거론되는 사례가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이다. 사용자, 근로자, 자영업자 등 국민연금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각자의 이해관계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대표성이 있는 사람들이 전문가를 추천해 기금운영위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기금 운용에 대한 보상 체계를 확실히 마련해 성과에 따른 보상을 받는 구조가 정착되면 정부나 기타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독립된 기금 운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아울러 국민연금이 성격이 서로 다른 급여지급 부문과 부문을 같은 조직 내에 두고 있기 때문에 운용상의 제약을 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 실장은 “투자라는 건 액티브한 것을 요구하는 반면, 급여를 산정해서 가입자의 노후에 지급하는 것은 그만큼의 역동성이 필요 없다. 급여지급은 안정적으로 하면 되는 것인데, 서로 다른 기능을 공조직 내에 같이 두고 있으니 운용상의 발전을 제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나고 운용상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되는 기금운용공사 설립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김우찬 경제개혁연대 소장(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은 “국민연금 기금운용 체계 개편은 15년째 논의돼 왔다.

개편을 전제로 국민연금에 ‘주주권을 행사해라’, ‘스튜어드십 행사하라’고 하는 것은 하지 말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공사를 설립하는 것도 이해관계자가 많아 실행될 가능성은 없다. 가입자 대표단체의 추천을 받아 들어온 사람들로 기금운영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만큼 현재 수준에서의 대표성 정도면 족하다”고 공사 설립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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