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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점 더…알쏭달쏭 유시민
-“정치 안한다” 발언후 8개월 동안 미묘한 변화
-출마는 없다’에서 “자기 머리는 못깎는다”로
-여권에선 “경선흥행 위해서라도 꼭 나와달라”
-한국당 견제 속 일각 “언제 속 드러낼지 관심”


12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노무현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문화제’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왼쪽)이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과 함께 토크콘서트 출연자로 무대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대통령이 돼도 단독 면담해달라고 하니 (유시민 이사장이) 웃으며 ‘그렇게 하겠다’고 하더라.”(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정계 은퇴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입’이 쉬지 않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광주행과 관련한 독설, 심재철 의원과의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 사건’과 관련한 설전 등 좌충우돌하며 정치권에 뒷말을 낳고 있다. 정치를 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정치권에 많은 구설수를 남기는 모양새는 분명해 보인다. “이게 정치가 아니고 뭐냐”는 일각의 물음도 낳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 이사장이 정치복귀를 고려하는 듯한 뉘앙스를 최근 내보여 주목된다. 여권의 꾸준한 러브콜과 야권의 견제를 동시에 받고 있는 ‘거물급’이라는 점에서 시선을 끌고 있다.

20일 정치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 이사장은 특히 정치복귀에 대한 물음에 대한 대답 톤이 달라졌다. 유 이사장의 답 하나하나가 나올때마다 이에 정치권에선 그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여권 내 유력 대선주자가 하나 더 생길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그에 따른 정치지형도 변화에 대한 이해득실이 그 배경으로 풀이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선 유 이사장을 국민의 10분의 1 이상이 차기 대통령으로 생각한다는 결과가 나오는 등 정치권에 얼굴만 내밀면 당장 핫한 인물로 떠오를 수 있다는 평가다.

유 이사장은 앞서 시종일관 정계복귀와 관련된 질문에 선을 그어왔다.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지난 18일 친문(친문재인) 핵심인 양정철 민주연구원 원장이 “왜 자기 앞길은 명확하게 결정 못하느냐”고 하자 “원래 자기 머리는 못 깎는다”고 했다. 답의 행간이 미묘하다. 언뜻 해석하자면 ‘자기가 못깎으니 남이 깎아 달라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양 원장의 “벼슬을 했으면 그에 걸맞은 헌신을 해야한다”는 질문에도 “알릴레오에서 총선 특집방송을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뭔가 복잡한 심경이 엿보인다. 앞서 유 이사장은 14일에는 정치 복귀를 묻는 이의 질문에 “혹시 (정치복귀를) 하면 그때 욕을 하라”고 했다.

유 이사장의 지난해 10월 발언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명확하게 나타난다. 유 이사장은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공무원이 되거나 공직 선거 출마는 지금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지난 1월에도 “대통령이 안되고 싶다”고 했다. 이에 ‘출마는 없다’는 명확한 문장에서 8개월동안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발언으로 변한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정치권에서 ‘남이 깎아주는 머리’는 대통령 선거에서 주로 차용되는 ‘데뷔 기법’으로 평가된다. 다른 말로는 ‘시대가 부른다’가 있다. 은퇴를 했던 인물이 국민의 부름으로 대통령 선거에 나선다는 뜻이다. ‘바람’을 일으키는 방법으로 자주 이용되기도 한다.

한 여당 의원은 유 이사장의 행보와 관련해서 “대선이 1년 남았을 때, 당신이 아니면 안된다는 상황이 펼쳐지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주변에서 압박도 할 것”이라고 했다. 유 이사장이 정치와 담을 쌓겠다고 했지만, 주변 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장 그의 머리를 깎아주겠다며 이발사(?)가 나섰다. 박지원 의원은 KBS라디오에 출연해 “(단독면담 발언은) 농담이었지만, 농담을 가장해서 (얘기가) 진전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유 이사장의)발언이 정치하는 쪽, 대통령 후보가 되는 쪽으로 진전되고 있다”고 했다. 박 의원은 “저는 유 이사장이 대통령 후보로 나오는 것을 환영한다”며 “진보개혁 정권 재창출을 위해 꼭 나와 강한 경선을 하면 좋은 후보를 낼 수 있고, 흥행도 된다. 꼭 나와달라”고 했다.

환영도 있지만, 야권에서의 견제 흐름 역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다시 정치하시려면 ‘싸가지 없다’라는 이미지는 벗어나야 한다”며 “유 이사장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한다”고 충고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유 이사장이 은퇴를 번복할만한 성격이 아니라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여당 의원은 “유 전 장관 성격이 ‘누가 나를 불러주겠지’라고 생각하며 뒤로 빠지고 그러지 못한다”며 “정계은퇴를 믿어주는 것이 맞다”고 했다.

유 이사장도 앞서 “넓은 의미의 정치와 직업으로서의 정치는 다르다”며 “정치를 국가권력의 기능과 작동방식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개별적ㆍ집단적 활동이라고 한다면, ‘알릴레오’ 방송은 정치가 맞다”고 했다. 그는 “이런 의미의 정치는 모든 시민의 권리이고 의무다. 저 역시 죽을 때까지 할 것”이라면서도 “정치를 직업으로 삼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했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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