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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측정단위 패러다임 대변혁…일상은 그대로 과학은 더 정확해져
- 값이 변하지 않는 기본상수 사용, 최고 수준 정교하고 정확한 측정 가능

(사진) 표준연 연구진이 음향기체온도계를 이용해 열역학적 온도 측정 연구를 하고 있다. [제공=한국표준과학연구원]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세계측정의 날인 오는 20일, 국제단위계(SI)의 7개 기본단위 중 4개 단위의 개정된 정의가 공식 시행된다.

18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최종 의결된 기본단위 킬로그램(kg), 암페어(A), 켈빈(K), 몰(mol)의 재정의가 20일부터 시행된다.

측정과 단위의 역사는 곧 인류의 역사와도 궤를 같이한다. 인류 최초의 단위 ‘큐빗(cubit)’은 팔꿈치부터 손끝까지의 길이를 기준으로 삼았다. 신체를 이용했던 단위는 인류가 발전하면서 자연지물을 활용하게 된다. 18세기 프랑스가 미터법을 제정할 당시에도 거리의 기준을 지구로 삼아 최초의 미터원기(原器)를 제작했다.

20세기가 되면서 첨단 과학기술을 만난 단위는 지금의 국제단위계를 갖추고 세계적으로 공통된 측정의 기준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단위 체계가 완성되었음에도 각각의 단위는 완벽하지 않았다. 단위를 정의하기 위해 만든 물체가 미세하게 변하는 등의 이유로 단위 자체가 충분히 안정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단위를 변하지 않게 하는 법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단위의 정의에 값이 변하지 않는 기본상수를 활용키로 했다.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미터다. 미터는 1875년 미터협약이 체결되면서 국제미터원기라는 물체를 만들어 기준으로 삼았으나, 현재는 불변의 상수인 빛의 속력(c)을 이용해 정의한다.

이번 단위 재정의에는 플랑크 상수(h), 기본 전하(e), 볼츠만 상수(k), 아보가드로 상수(NA)라는 고정된 값의 기본상수를 기반으로 킬로그램, 암페어, 켈빈, 몰을 새롭게 정의한다. 단위가 비로소 안정성과 보편성이 확보된 불변의 기준으로 자리하는 것이다.

단위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이번 기본단위 재정의를 두고 표준 과학자들은 “거대한 변화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다”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미래 과학기술과 산업을 한 단계 앞당기는 중요한 변화지만, 일상생활에서 알아차릴 정도의 변화는 없으므로 혼란 또한 없을 것을 의미한다.

단위 재정의를 통해 기본단위가 이제는 ‘불변의 기준’으로서 제 역할을 하게 되고, 국제단위계는 전 세계적으로 안정적인 유지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어디서든 완벽히 동일한 1 kg를 갖는 것이다.

단위라는 기준이 매우 고도화됨에 따라 최고 수준의 정교하고 정확한 측정이 가능해진다. 거시적 수준에서 이루어져온 질량이나 온도 등의 측정이 원자 및 양자 수준의 미시적 영역까지 발전하게 된다.

단위 세계의 지각변동이 당장 우리의 일상에 미치는 혼란은 전혀 없다. 실제 킬로그램원기가 130년 동안 변한 수십 마이크로그램(㎍)은 머리카락 한 가닥 수준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1kg의 정의가 바뀐다 한들 체중계가 가리키는 개인의 체중 숫자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험실에서 이뤄지는 바이오나 전자 소자 등의 미세 연구에서는 더욱 정밀한 측정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마이크로 수준의 오차는 치명적인 오류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의약품의 미세한 분량 차이를 막고, 금과 같이 질량으로 값을 매기는 고가의 물품에 있어 미세한 측정을 통해 오류를 막을 수도 있다.

박연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물리표준본부장은 “일상의 혼란은 최소화하면서 과학기술의 극한까지 정교해지는 것이 단위를 연구하는 측정과학의 목표”라며 “탄탄히 다져진 기반 위에 세운 집이 견고하듯, 단위를 새롭게 정의하고 구현하는 기술력을 갖춘 국가만이 과학기술 선진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혁기자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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