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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청년들에게 금융지식을 알려주려는 이유
“신용이 뭔지 알고 있나요?”

대학생들에게 금융 특강을 할 때면 필자가 반드시 건네는 질문이다. 질문을 받은 학생들은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답을 궁리하고, 휴대전화를 꺼내 포털 사이트에 ‘신용’을 검색하기도 한다. 이어 금융거래에서는 신용이 중요하고, 대출 시 신용등급 1등급과 8등급의 이자 차이가 연 160만 원 정도라고 부연하면, 믿을 수 없다는 듯 학생들의 눈이 동그래진다.

필자는 취임 후 지금까지 꾸준히 대학교를 방문해 대학생들에게 금융을 강의하고 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휴대전화 할부이자를 내고 있다는 사실, 대학생을 위한 저축상품과 정책 대출상품 등 학교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실생활 속 금융 ‘꿀팁’들을 알기 쉽게 전달한다. 그동안 창원대, 추계예대, 조선대 등 대학교 6곳에서 800명의 학생을 만났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강의를 하며 느낀 것은 대학생들이 금융에 대해 무관심한 게 아니라 실제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금융지식을 알기 쉽고 흥미 있게 가르쳐주는 곳이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2년 신용카드 사태를 겪은 이후 본격적으로 대국민 금융교육을 실시했다. 정부와 금융회사, 민간단체 등은 전문 금융강사 인증제를 도입하고 ‘1사 1교 금융교육’ 체계를 마련하는 등 다양한 금융교육 지원책을 펼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1월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8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62.2점으로 OECD 평균인 64.9점보다 다소 낮았다. 특히 20대의 금융이해력은 61.8점으로 6~70대를 제외하면 꼴찌 수준인 현실이다.

금융이해력 부족은 곧 청년과 같은 금융약자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20~30대의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916억 원이었다. 최근에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작업대출’ ‘내구제 대출’ 등 청년층을 상대로 한 불법대출 사기도 등장했다. 금융교육을 접할 기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금융을 잘 몰라서 불법대출에 현혹되는 등 금융생활의 첫 단추를 잘못 꿰는 청년층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진흥원은 청년층이 실제 금융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정보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금융교육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정책 서민금융상품을 지원하는 것뿐 아니라 금융 이해도를 높이는 것도 서민금융기관이 반드시 제공해야 할 사회안전망이라는 생각에서다.

진흥원은 지난 2월 청년정책과 금융 등 각 분야의 청년 전문가들과의 간담회를 시작으로, 한국YWCA연합회와 업무협약을 맺어 청년ㆍ대학생을 위한 체험형 금융 콘텐츠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장학재단과 학자금 대출을 이용하는 대학생을 위해 올바른 소비와 저축, 불법사금융 피해 예방법 등을 재미있는 영상으로 제작 중이다. 또한 대학교 강의 등을 통해 청년을 중심으로 찾아가는 금융교육도 확대해나가고 있다.

신용거래 이력이 적은 청년기는 앞으로의 금융생활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한 예로 진흥원의 금융 강의를 들은 20대 청년은 강사에게 배운 대로 계획을 세워 저축을 해 2년간 1000만 원 정도를 모았다. 그 청년은 ‘돈을 어떻게 모아야 하나 막막했는데 강의가 좋은 길잡이가 됐다’면서 ‘한 번 모아보니 앞으로 더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고 진흥원으로 편지를 보내왔다. 1000만원이라는 돈이 누군가에게는 적은 돈일 수 있지만 젊은 시절의 경험이 앞으로 금융생활에 있어 큰 자산이 된 것이다.

요즘 청년들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위안을 느낀다. 그 이면에는 생활고와 취업난, 치열한 경쟁 등 청춘의 어깨를 짓누르는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미래를 그리는 데 진흥원의 금융교육이 보탬이 되길 바란다. 금융은 어렵고 복잡한 지식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는 ‘소확행’의 하나임을 청년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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