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벗을 자유, 입을 권리②]치마입은 남자, 캐주얼 증권맨, 명품 두른 목사
산업의 변화가 가져온 옷차림의 변화
5000달러 카니예 웨스트 운동화 신은 목사ㆍ넥타이 벗은 월가 은행가들

수 백만원을 호가하는 운동화 에어이지2를 신고 있는 존 그레이 목사 [preachersnsneakers 인스타그램]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존 그레이 목사는 유명 힙합 가수 ‘카니예 웨스트’와 나이키의 콜라보레이션 작품인 ‘에어 이지2’를 신고 나타났다. 이 신발은 최근 온라인 상에서 약 5000달러가 넘는 가격에 거래된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또 다른 목사가 명품을 두른 채 교인들 앞에 섰다. 795달러 짜리 바지를 입은 채드 베치 목사의 손에는 1900달러의 명품 브랜드 구찌 가방이 들려 있었다.

이들은 ‘목회인은 청렴해야한다’는 고정관념 하에 고착화돼 있는 정장차림을 벗어던지고 패션을 브랜딩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당당히 ‘명품족’임을 드러내고 있는 목사들의 모습은 최근 인스타그램을 통해 활발히 공유되며 ‘물질주의’에 대한 논쟁으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명품을 입은 목사들은 세상에 자신을 내세우는 방법과 신앙의 가르침을 어떻게 조화시킬 지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젊은 교인들의 반향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양복과 넥타이 대신 가죽재킷과 운동화를 입고 있다”고 전했다.

복장은 역사적으로 개인의 사회적인 ‘위치’를 구분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사용됐다. 옷은 경제적 지위, 사회적 힘의 상징이었고, 중세 유럽에서는 계층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특정 색깔의 옷, 혹은 사치품을 금지하는 방법으로 복장 규제를 활용해왔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특히 특정 직업에 오랫동안 고착화된 옷차림들은 산업의 흐름이 바뀌면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맞았다. 종교 내에서 젊은층들의 역할이 커지면서 과거 넥타이와 셔츠, 그리고 자켓으로 대표되던 목사들이 ‘자기 PR’을 위해 명품을 활용하고 있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7년 전 미국 월스트리트 골드만삭스 앞에서 촬영된 사진. 대부분의 남성들이 셔츠와 정장바지 차림을 하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는 고객과의 비대면 서비스 증가로 청바지와 운동화 등 캐주얼 차림을 한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AP]

미국 금융가에는 상징이었던 반듯한 정장 대신 컨버스와 청바지가 등장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통적 기업 복장 규정의 마지막 보루였던 월가(街)가 점차 넥타이를 느슨하게 하거나 아예 없애는 등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월가에 ‘노 타이’, ‘캐주얼’ 바람을 일으킨 것은 다름아닌 디지털 혁명이다. 과거 고객들과 면대면 비즈니스가 주를 이뤘던 업무가 점차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서비스로 옮겨오면서, 격식있는 옷을 입어야 하는 상황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WSJ은 “고객과의 상호작용이 디지털 거래화되면서 월가는 (청바지와 후드티로 대표되는) 실리콘밸리의 옷차림을 닮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3일 파키스탄에서 열린 선실크 패션위크에서 브라탑과 레깅스를 입은 모델이 런웨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이슬람 국가로, 이슬람 율법은 여성들의 신체노출을 제한하고 있다. [AP]

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남성과 여성 사이의 옷차림의 경계도 사라지고 있다. 남성들이 흔히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치마를 입기 시작한 것은 이러한 변화를 가장 잘 반영한다.

지난해 영국의 명문학교 중 하나인 어핑엄 스쿨은 남학생들도 본인이 원하면 치마를 입을 수 있도록 복장 규정을 바꿨다. 일본 지바현의 가시와 시립중학교는 성별에 상관없이 바지와 스커트 중 학생이 원하는 것을 골라입도록 했다. 당시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성 중립적인 교복을 채택하고 있는 학교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보도했다.

패션계에서는 일찍이 남성들이 ‘금기의 영역’인 스커트에 도전해 왔다. 지난 1985년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가 자신의 런웨이에 남성용 스커트를 선보인 것이 그 시작이었다. 2006년에는 미국의 한 회사가 이른바 ‘시티 스커트‘라 불리는 남성용 스커트를 내놓으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balm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