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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김두호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쌀의 이름을 불러주세요
‘임금님표 이천 쌀, 생거진천 쌀, 지평선 쌀’ 등 지명을 활용한 브랜드명은 기억해도 쌀의 이름인 특정 품종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품종 명이 알려진 쌀로 ‘철원 오대벼’가 있지만 오대벼가 쌀의 품종명이라는 것은 잘 알지 못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름을 가지고 있듯 쌀에게도 품종명이라는 이름이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재배된 쌀은 ‘신동진’이라는 품종이다. 쌀알이 크고 밥을 지었을 때 윤기가 돌며 밥맛이 좋다. 두 번째로 많이 재배된 ‘삼광’은 수량, 품질, 재배안정성이 우수해 농가에서 사랑받는다. 특히, 단백질 함량이 낮아 밥을 지어 먹었을 때 식감이 부드럽다.

국립식량과학원에서는 밥맛이 좋고, 수량성, 재배안정성이 높은 쌀 품종을 엄선해 ‘최고품질 쌀’로 지정해오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삼광’을 비롯해 영호진미, 진수미, 미품, 하이아미 등 현재까지 18개의 품종이 있다. 가장 최근에 개발한 쌀인 ‘해들’은 벼 육종가와 농업인, 소비자 평가단이 참여해 선발한 품종으로 올해 이천시에서 대규모 재배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한·중·일 전문 패널이 한 자리에 모여 각국의 대표 쌀 식미평가를 실시한 결과, 우리나라 최고품질 쌀이 ‘밥맛이 좋고 담백하며, 식감이 부드럽다.’는 평을 받았다. 또한 중국과 일본의 전문 패널이 참여한 식미 평가에서는 6개의 한·중·일 쌀 품종 중 우리 품종이 가장 높은 점수를 얻기도 했다.

이제는 국내 소비자가 나서서 쌀 품종을 따져보고 구입해야 할 차례다.우리가 매일 먹는 쌀도 어떤 품종인지 그리고 도정은 언제 했는지 알고 먹으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맛있는 쌀을 고르는 방법이 있다. 먼저 쌀 포장지 뒷면의 품질 표시사항에 나온 품종명을 보고 밥맛과 품질이 우수한 국내 ‘최고품질 쌀’인지 확인한다. 혼합되지 않은 단일품종인지, 생산 연도, 도정 날짜, 등급 등을 보고 구입하면 된다. 소비자 스스로가 쌀 품질에 민감해야 맛있는 밥맛을 알게 되고, 더불어 쌀 소비도 활발해진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우리 쌀의 역사는 시대와 국민의 요구에 맞춰 발전해 왔다. 쌀이 부족하던 시절엔 수량성이 높은 품종을 육성했고, 쌀 공급이 충분히 이루어지는 요즘에는 밥맛이 좋은 쌀 품종을 만들어 냈다. 현재는 밥으로 먹는 쌀 수요가 줄어 빵과 면 등으로 만들기 좋은 가공용 품종, 쌀가루 전용 품종, 기능성분이 많은 특수미 등 용도별 다양한 쌀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전 세계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 고품질 우리 쌀은 소비자가 먼저 알고 소비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 첫걸음은 쌀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 품종 알기다. ‘이름을 불러주기 전까진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 구절처럼, 최고품질 우리 쌀 품종도 국민에게 다가가 널리 기억되며 사랑받는 이름으로 많이 불리길 바란다.

김두호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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