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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한빛의 현장에서] 더한 공공미술…덜어낸 공공미술…
토마스 헤더윅 설계한 뉴욕 ‘베슬’
높이 46m 나선형 계단 구조물
방문객에 뉴욕의 새로운 풍경 선사

녹사평역 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
지하 4층 공간, 예술공원 탈바꿈
최소한 구조물로 편안한 공간 제공


서울은 미술관 프로젝트 ‘녹사평역’의 중정에 설치된 ‘댄스 오브 라이트’ [서울시 제공]

동시대 가장 각광 받고 있는 건축가인 토마스 헤더윅(49)은 2018 헤럴드디자인포럼에 연사로 나서 “과거 건축은 사람들을 결집시키기보다, 분리시키는 공간이 많았다”며 “나는 사람을 결집시키는 공간 디자인을 고민한다”고 했다.

그의 고민은 다양한 형태의 프로젝트에서 나타났다. 싱가포르 난양 과학기술대학 ‘러닝 허브(Learning Hub)’ 빌딩(2015), 자이츠 아프리카 현대미술관(2016), 싱가포르 창이 공항 5터미널 설계(2018~) 등 모두 낡은 건축 문법을 벗어나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가치에 초점을 맞췄다.

최근 토마스 헤더윅의 또 다른 역작이 공개됐다. 바로 뉴욕의 낙후된 철도부지인 허드슨에 들어선 ‘베슬(Vessel)’이다. 지난 3월 15일 공개된 베슬은 역대 최대 미국 민간 부동산 개발사업인 ‘허드슨 야드’의 상징적 공공 조형물로 주목받았다.

나선형 계단 구조물로 벌집을 연상시키는 베슬은 그 독창적 외관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슬럼화된 철도부지를 재개발해 마천루 숲으로 탈바꿈 시킨 ‘허드슨 야드’ 프로젝트도 인상적이지만, 그 방점을 찍은건 토마스 헤더윅의 작품이었다.

높이 46미터, 2500개 계단으로 이루어진 베슬 덕택에 사람들은 주변 경관을 즐기게 됐다. 허드슨 야드와 맨해튼을 내려다 보며 뉴욕의 다른 모습을 눈에 담는다. 베슬이 없었다면, 그저 새로 단장한 쇼핑몰과 오피스빌딩을 보며 도심 재개발의 성과만 이야기했을 터이다.


지난 3월 15일 공개된 뉴욕 허드슨 야드의 ‘베슬’ [토마스 헤더윅 스튜디오 홈페이지 제공]
토마스 헤더윅 스투디오는 “프로젝트를 통해 스투디오는 무언가 의미있는 조형물을 만들고 싶었다. 방문객이 실제 사용할 수 있고, 만지고, 개인적 감정적 연관을 맺을 수 있는 것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덕분에 개장 한 달 째 이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이 계단에 오르기 위해 줄을 선다. 방문은 무료지만, 예약제로 운영될 정도다.

‘베슬’이 드러나는 공공미술이라면 반대로 조용히 숨어드는 공공미술도 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14일 공공미술 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 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을 공개했다. ‘지하예술공원’을 목표로 한 이 프로젝트는 녹사평역 지하 1~4층 공간을 하나의 미술관으로 탈바꿈을 시도했다.

이번 서울은 미술관 프로젝트는 이전 서울시의 공공미술 프로젝트와는 결을 달리한다. 특징적인 작품을 내세워 존재감을 과시하지 않고, 전체적인 ‘톤 앤 매너’를 맞추는 것에 주력했다. 총천연색 패널과 과한 그래픽, 이유를 알 수 없는 대리석 구조물을 제거하는 것이 공사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

언뜻 봐서는 무엇이 바뀌었는지 알기 힘들다. 유리나루세와 준이노쿠마 작가의 ‘댄스 오브 라이트’가 대표적인 예다. 작가들은 녹사평역의 가장 큰 특징인 유리 돔 천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얇은 커튼 구조물을 설치했다. 흰색의 구조물 덕택에 흐린 날과 맑은 날 하늘의 표정이 역사에 그대로 반영된다. 최소한의 개입으로 지하철역을 이용하는 시민이 역을 편안하게 느끼도록 하려는 것이 느껴진다.

이번 서울은 미술관 녹사평역 프로젝트를 진행한 이재준 건축가는 “지하철역은 시민들이 ‘지나가는 곳’이다. 길어야 5~10분을 이 공간에서 쓴다. 그 시간에 무언가를 전달하기보다 편안하게 공간에 녹아들기를 바랐다. 게다가 녹사평은 이태원, 해방촌, 경리단길을 연결하는 중심지라는 특성도 있다”고 했다.

녹사평역은 논란을 일으켰던 슈즈 트리(2017), 한강예술공원(2018)과 달리 ‘덜어냄의 공공미술’ 제시했다. 이같은 컨셉이 실현되기까진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안규철 서울시 공공미술위원회 위원장은 “무언가 기념비적인 조형물이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게 하는 것이 가장 큰 허들이었다”고 했다.

베슬에 들어간 예산은 2억달러(약 2273억원), 서울은 미술관 녹사평역은 24억원이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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