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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괜한 오해 불러일으킨 통계청의 새 소득분배지표
통계청이 11일 가계금융복지조사를 기반으로 팔마비율 등 4개 소득분배지표를 새로 개발해 발표했다. 통계청은 “소득분배와 관련해 더 다양한 지표가 필요하다는 학계 등 통계 이용자들의 지적이 있어 새 지표를 개발,공개했다”고 이유를 설명한다. 열심히 일한다는데 토를 달 이유는 없다. 문제는 시기와 내용이다. 다분히 의도가 보이고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하다.

우선 느닷없다. 국가 통계는 사전에 어떤 내용을 언제 발표할지 정해놓고 그 일정에 따라 공개하는게 보통이다. 게다가 새 지표라면 일정은 더 중요하다. 그런데 지난달 초 통계청의 올해 업무계획보고 당시 소득분배 지표 추가 개발 관련 내용은 없었다. 그런데 불과 한달여만에 자료가 발표됐다. 통계청은 “국가통계포털(KOSIS·http:///kosis.kr) 웹사이트에 올리는 것만 계획했을 뿐 새 지표 개발을 언론 등에 미리 알릴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그럼 그대로 하면 될 걸 왜 대대적으로 공표하는지 모를 일이다.

그건 그렇다쳐도 중요한 건 새 통계의 내용이다. 가장 눈길이 가는 건 팔마비율이다. 상위 10%의 소득을 하위 40%의 몫으로 나눈 값이다. 불평등 문제가 주로 이 구간에서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만든 지표다. 숫자가 클수록 소득불평등도가 높다는 의미다.

OECD가 발표하는 팔마비율은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를 기초로 만든다. 고소득층 소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문제로인해 소득분배가 실제보다 좋게 나오는 건 사실이다. 이 지표에서 한국은 스웨덴ㆍ네덜란드와 같고, 독일(1.1)보다 낮은 15위권이다. 하지만 이번 통계청 발표 팔마지수는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했다. 세금 다떼고 쓸 수 있는 돈이 기준이다. 그랬더니 2017년 현재 1.44배로 나타났다. 2016년 1.45배에 비해 소폭 개선됐다. 그럼에도 OECD 36개 회원국 중 꼴찌그룹인 30위다. 새 정부들어 좋아졌지만 아직도 소득평등은 밑바닥 수준이란 얘기다.

“우리의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하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 발언과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에서 소득불평등이 악화됐다”는 홍남기 부총리의 인사청문회 발언을 뒷받침하기에 이보다 좋은 통계는 없다.

통계는 조작되어서도 안되지만 정치적 도구로 사용되는 것도 금물이다. 입맛에 맞는 통계의 느닷없는 발표는 그런 오해를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벌써 “소득주도성장의 정당성을 역설하기 위해 갑작스럽게 통계를 만든 흔적이 짙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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