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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74살 택시기사님이 사는 법
지지난 주말이었다. 토요일 오전 일이 있어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선생님 안녕하세요”라며 반색을 한다. “아, 안녕하세요”

아는 분이다. “저 아시죠? 선생님이 그 전에 고로쇠 한병도 주셨잖아요.”

“물론입니다. 잘 지내셨어요? 그렇잖아도 궁금했었는데, 몇년만이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다시 택시기사한지 몇개월 됐어요. 두어차례 아침에 선생님을 태울 뻔 했는데, 앞차 타고 몇번 가셨어요. 다시 뵐줄은 알았지만, 정말 반갑네요.”

“저 역시 반갑습니다. 하하하.”

택시기사님과의 인연은 4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분, 재미있는 분이다. 매일 새벽, 거의 정확한 시간에 출근하는 나를 몇번 태우더니 아예 “제가 출근 전담하면 안될까요?”라고 했다. 그때부터 1년정도 그의 택시로 출근했다. 아파트 정문만 나오면 늘 대기하고 있으니, 굳이 택시를 잡으려 힘을 쓰지 않아도 됐다. 내가 피곤해보이면 그는 말을 아꼈고, 즐거운 일이 생기면 같이 즐거워해줬다. 택시 안에서 기사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젊었을 적 장사를 크게 했다는 그는 ‘지혜’를 갖고 있었다. 세상 사는 얘기, 자식들 얘기, 친구들 얘기, 아웅다웅 다투는 정치권 얘기 등 다양한 주제로 얘기를 나눈 것 같다. 친해지면서 고로쇠 한병도 드시라고 준 것 같다. 4년만에 다시 만났으니 보통 인연은 아니다.

기사님 역시 들떴는지 지난 몇년간을 얘기한다. 속사포다. 사연은 이렇다. 어느날 간에 이상이 생겨 택시를 그만뒀단다. 치료를 받았고, 다행히 완치됐다. 그런데 할 일이 없으니 너무 심심하더란다. 다시 핸들을 잡았다.

“그냥 소일거리로 생각하면 그렇게 즐거울 수 없어요. 전에는 새벽에 나와서 하루종일 일했는데, 지금은 용돈이나 벌 생각으로 일해요. 오전 5시에 나와 오후 1~2시면 집에 갑니다.”

벌이가 되느냐는 말에는 너털웃음을 짓는다. “매일 회사에 내야 하는 사납금이 12만4000원인데, 오후 1~2시 되면 13만원 정도는 벌어요. 사납금 채우면 1만원 정도 남아요. 그 정도면 됩니다. 회사에서 월급이 150만원 정도 나오는데, 세금 떼면 120만원 됩니다. 매일 1만원 정도 챙기니, 한달에 150만원 수입은 됩니다. 먹고살기 충분해요. 손녀딸 용돈도 줄 수 있고….”

오후 내내 손님을 태우면 돈을 더 벌 수는 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단다. 안분지족(安分知足)이 좋단다. 그러면서 한마디는 한다. “나야 74살이 먹었으니 욕심 부릴 이유가 없지만, 젊은 택시기사들은 힘들어요. 핸들 잡아서 아이들 키우겠어요?”

마침 어제 본 뉴스 생각이 난다. 우리나라 2030 청춘은 대체로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는 뉴스.

“젊은 기사들이 처음에 택시에 달려들다가 힘들기만 하고 벌이가 시원찮아 금방 그만두곤 합니다. 우리같은 노인네가 욕심을 부리면 젊은 사람들이 더 힘들지요. 앞으로도 운동삼아서 일하고 조금만 벌렵니다.”

“또 만나겠죠”라며 택시서 내리려는데, 질문을 한다. “당구 치세요”라고. 머뭇거리자, “늙으니까 친구가 최고더라고요. 한달에 한두번 친구들 만나 당구치고, 밥 먹고 그러거든요. 옛날엔 궁색해보였는데, 그게 행복이더라고요.”

온갖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기사님이다. 

김영상 정치섹션 에디터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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