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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줄어드는 ATM…‘늙기가 두렵다’
자주 가는 한 서울시내 주택가 동네에 은행지점이 있었다. 버스정류장 이름을 그 은행에서 따왔을 만큼 동네사람들한테는 친숙한 곳이었다. 하지만 얼마 뒤 ‘지점을 폐쇄한다’는 공고가 붙었다. 주민들은 근처에 있던 대형 공기업이 이전하면서 고객(예금주)이 대폭 줄어들어 그런 것 아니겠냐며 받아들였고, 이내 가까운 곳에 ATM 몇대가 지점을 대신해 들어섰다. 은행창구에서 궁금한 것들을 묻던 어르신들은 아쉬운대로 ATM기 앞에서 진땀을 흘리면서 돈을 찾고부치며 살아가고 있다.

기술은 갈수록 진보하고, 기업은 수익성과 효율성 제고를 지고의 선으로 여기는 시대다. 이것이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는 없다. 기술의 발달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기업생리를 따라가지 못하는 ‘지체그룹’은 불편과 제약에 직면한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18년도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 설치된 ATM 기기가 2017년말 12만1492대에로 4년전인 2013년(12만4236대)에 비해 2744대 줄어들었다. 대단한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은행 등 금융기관이 운영하는 ATM기기가 8만6810대에서 7만6755대로 11.5%나 줄어든 빈 자리를 VAN(결제대행업체)사 등이 운영하는 ATM이 메웠기 때문이다. VAN사의 수수료은 은행의 그것보다 비싸다. 넉넉지않은 노인들은 VAN사의 기기를 사용하기 꺼리게 마련이다. 할 수 없이 멀더라도 금융사 ATM을 찾아다닌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제 어지간한 사람들은 은행 지점이 줄어들거나, ATM 기기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라 해도 그다지 불편해하지 않는다. 컴퓨터와 휴대폰을 이용한 폰뱅킹, 모바일 뱅킹이 일반화된지 오래고. 삼성, 카카오 등 대체 거래수단도 많아졌다. 현금을 써야하는 상황도 과거와 비교도 안될 만큼 줄어들었다.

첨단 핀테크를 쓸줄아는 직장인이 주로 근무하는 시내에는 은행이 건재하고, 창구와 ATM이 더 친숙한 사회적 약자들이 몰려있는 곳은 은행이 없다. 안타깝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저소득지역에 ATM 배치를 늘리거나 유지하는 선진국처럼 ‘문명 사각지대’를 줄여나갈 해법이 필요해보인다.

김성진 선임기자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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