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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안의 인종차별]‘동생 보느라…시선때문에…’ 학교 밖 다문화 학생들
-학교밖 다문화학생들 전국 1278명…소수로 치부하는 당국이 큰 문제

[사진=온드림교육센터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다문화 학생들. cook@heraldcorp.com]

[헤럴드경제=박병국ㆍ김유진 기자]베트남인 A(14)양은 중학생 나이지만 학교에 가지 않는다. 어린 동생을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A양이 한국국적이라면 이 경우 부모는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그러나 A양은 베트남 국적 소지자라서 부모는 아무 제재도 받지 않는다.

한국에 있는 다문화 학생들이 학교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유는 다양하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외국 학업 경력을 인정받지 못해서, 주변의 편견 등이 다수다. 특히 A양의 경우처럼 학교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 결국 국내에선 ‘있어도 없는 존재’가 되기 일쑤다. 이들은 범죄에 노출되기 쉽고, 범죄 조직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소수에 불과한데 뭐’라는 사회 일각의 시선은 개선 가능성을 낮추는 토대다.

학업을 중단하는 다문화 학생 비율은 한국 학생보다 높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전체 다문화학생 10만9387명 가운데 학업을 중단한 다문화 학생은 1278명, 비율은 1.17%다. 이는 한국인 학생들을 포함한 전체 학생의 학업중단 비율(0.87%)보다 높은 수치다. 초중고 별로 살펴보면 초등학생의 학업중단 사례가 819명(0.99%)으로 가장 많고, 중학생이 235명(1.47%), 고등학생이 224명(2.11%)이다. 문제는 학업중단 통계에 조차 잡히지 않는 학생들이다. 학업중단 통계에 잡히기 위해서는 일단 학교에 들어간 이후 학업을 중단해야 하는데, 앞선 A양의 경우는 통계 모수에서조차 빠지게 된다.

양계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학교밖 다문화 아이들의 경우 통계조차 구축돼 있지 않은 사각지대로 볼 수 있다”며 “이들에 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문화학생들이 학교밖으로 내몰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피부색이 다르거나, 말투가 달라서 또래들 사이에서 적응을 하지 못한 경우다. 여성가족부의 가장 최근 자료에 따르면  다문화 가정의 학생 중 10%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중 65%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아이들의 인식도 문제지만, 이들을 대하는 당국의 태도가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기자가 서울시 교육청에 일반학생 학업중단 비율과 다문화학생 학업중단 비율 자료를 요청했지만 담당 장학사가 내놓는 대답은  “전국적으로 학교를 그만둔 다문화학생은1300명이고 부적응으로 그만둔 학생은 300명으로 소수”라며 “전체 학생 학업중단 비율과 비교하는 것은 통계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시의 교육 정책 실무를 보는 이 장학사의 인식은 이들을 받아들이는 학교의 태도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특히 성별 국적, 피부색과 관계 없이, 아이들의 학습권을 보장해야 하는 유엔아동인권협약국이지만 협약에 위배되는 일들이 발생하는 것은 다반사다. 김수영 온드림 교육센터 센터장은 “외국에서 온 학생들이 한국학교에 편입학하려면 기존에 있던 학교에 대한 증빙서류가 필요하다”며 “이 서류를 떼기 위해, 본국에 몇번씩 다녀오는 부모들이 많고 일부 부모들은 시간이 너무 길어져 학교 등록을 아예 포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유엔아동인권협약에 따라 아이들이 충분한 서류를 갖고 있지 못해도학교에서는 학력평가심의위원회를 열어 아이를 받아들일지에 대한, 심의에 들어가야 한다”며 “심의평가위원회를 열어달라는 요구를 지방교육지원청 등에서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한편 한국은 지난 1991년 유엔아동권리협약에 가입했다. 이 협약은 아동이 차별과 학대로부터 보호받을 보호권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발달권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보호권과 발달권은 국적과 관계 없이 국내에 있는 아동 일반에게 적용된다. 한국은 지난 2003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로부터 협약 이행 담당 기구가 없고 통계가 불완전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권고를 받은 바 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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