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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안의 인종차별] “‘할머니 이민’ 아시나요?”…다문화가정보다 더 소외된 ‘외국인가정’
-다문화 가정은 부모 중 한쪽이 ‘한국인’인 경우만 해당…‘외국인+외국인’ 가정은 각종 지원책서 소외
-전문가 “연쇄이주로 韓 복지비 부담 증가할 수 있어”…외국인 가정 지원은 온정주의 아닌 현실적 접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온드림 센터 수업 전경. 센터에는 100명이 넘는 다문화 학교밖 청소년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박병국 기자cook@heraldcorp.com]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 10년 전 몽골인 유학생 신분으로 한국에 들어온 A 씨는 한국에서 몽골 출신 남편을 만나 외국인 가정을 이뤘다. 유학기간이 끝난 뒤에도 A씨는 한국에서 직장을 잡고 ‘전문직 비자(E7)’를 받아 모범 외국인으로 살았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났을 때에도 부부는 ‘이방인’이었다. 이방인의 자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에도 가지 못한다. 우선순위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이들이 귀화해 ‘한국국민’으로 인정받기까지는 10년이 걸렸다. 그 사이 아이는 한국어 언어 학습 시기를 놓쳤다.

#. 한국에 정착한 고려인 B 씨는 한국에서 만난 외국인과 결혼했다. 아이를 낳았지만 B씨 역시 아이를 맡길 곳이 없었다. 외국인 부모 가정의 자녀는 무상보육 대상도 아니다. 여러 다문화 지원센터에서도 퇴짜를 맞았다. 다문화 가정은 국내에 거주하는 국제결혼 가정 중에서도 부모 중 한쪽이 ‘한국인’인 경우만 해당된다. B씨는 결국 육아를 위해 본국에 있던 어머니를 F4 비자로 불렀다. ‘할머니 이민’이다. 고령의 어머니는 국내에서 피부양자로 건강보험 혜택을 받고 있다.

대림동의 한 인력사무소에 붙어 있는 경고문. [사진=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국내 체류 외국인 200만 시대다. 2018년 기준으로 236만명. 지난해 대한민국 전체인구(5164만명)의 4.6%다. 법무부는 오는 2021년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3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아예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귀화 건수도 7000여건이나 된다. 귀화자들은 자신들만의 성(姓)을 만드는데, 말하자면 이들은 후손들의 ‘시조(始祖)’가 되는 셈이다.

국내총생산(GDP) 세계 12위(1조5302억달러), 세계 7번째로 ‘5030 클럽(인구 5000만ㆍ1인당 GNI 3만 달러 이상)’에 가입한 한국은 글로벌 국가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체류 외국인들은 우리 사이에선 ‘있는 듯 없는’ 한 존재다. 낮은 관심은 차별로 이어진다. 특히 부모중 한명이라도 한국인이라야 들어갈 수 있는 ‘다문화 가정’ 분류에서조차 열외에 놓여있는 이들이 바로 외국인 가정이다.

예컨대 외국인 가정 아이들은 어린이집 추천 우선순위에서 후순위에 놓여 있다. 순위가 한국인부터 뽑고 남는 자리에 넣도록 돼 있다보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입학 당첨이 어렵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당첨 우선순위에서 국내 아동 중에서도 맞벌이, 다자녀 가정 등이 먼저 오게 돼 있어 외국인 주민 자녀는 우선순위 중 마지막“이라며 “외국인 아동 배정 비율의 경우 교육청에서 정하는 게 아니라 일선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선택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배정 비율 역시 일선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자율적으로 정한다. 외국인 가정 자녀를 단 한명도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 당국에서도 손을 쓸 도리가 없는 실정이다. 

대림역 인근의 현장 모습. 중국 식품을 판매한다는 중국어 간판은 이곳의 주요 소비자가 중국인임을 상징한다. [사진=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외국인 가정 소외는 ‘할머니 이민’ 가능성도 높인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강희영 연구위원은 “다문화 가정엔 무상보육이 제공되지만 외국인 주민 자녀는 유치원 수업료 등을 다 내야한다. 지불여력이 있어도 원아 선발 우선순위에서 밀려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며 “외국인 주민 자녀의 보육공백은 한국사회에서 선호하지 않는 연쇄 이주로 이어지는만큼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귀화한 고학력 저연령 외국인은 생산가능인구로 분류되지만, 보육공백을 대신하기 위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고령의 조부모’는 국가적 복지비용 부담이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종국엔 한국 국적을 취득해 한국인이 될 사람들이라면 의무교육, 무상보육 혜택을 받게 해야한다”며 “한국에 정착할 의사가 있는 모범 외국인들이 국적을 획득하기까지 10년 가까이도 걸린다. 이들이 국적을 취득하는 시점에는 자녀가 10살 가까이 돼 한국국민으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의 상당부분을 놓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생애주기에 맞는 복지를 제공하지 않으면 더 큰 비용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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