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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성범죄 관련 악성루머 퍼나르기…이제는 멈춰야 한다
‘버닝썬 사태’의 2차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이른바 ‘피해자’에 대한 신상정보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나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럴만도 하다. 가수 정준영씨가 찍은 불법 동영상 속 상대가 유명 연예인이라는 사설 정보지(지라시)가 등장하는가 하면, 일부 언론도 이를 언급하며 가세하고 있다. 심지어 문제의 동영상을 구하지 못해 안달하는 글들이 인터넷에 봇물을 이룬다고 한다. 정작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에보다 누가 피해를 당했는지,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가 더 관심인 모양이다. 이건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피해자를 보호해 주지는 못할 망정 사회 전체가 또 다른 가해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집단 관음증에 걸려있고, 구성원 모두가 직접 가해자 못지 않은 중대한 범죄자인 것이다. 이제는 멈춰야 한다.

실제 SNS 등에서 근거없이 피해자로 지목한 일부 걸그룹 멤버 등은 명예훼손을 넘어 말할 수 없는 자괴감에 빠져 있다. 이들이 소속된 연예기획사들은 사건과 무관하다는 입장문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대중의 관심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해명이 없는 연예인은 소문을 인정하는 것이란 글도 마구 올라오고 있다. 보다 못한 일부 기획사들은 악성 루머의 생산과 유포자는 고소 고발과 형사처벌 등 법적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강력 대응에 나설 정도다. 그렇다고 해도 2차 피해자들의 고통과 두려움은 가시지 않는다.

2차 가해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이를 비판하는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14일 성명을 내고 “피해 여성에 대한 억측이 난무하고 이를 조장하는 일부 언론의 무분별한 태도가 심각한 2차 피해를 발생시킨다”고 자제를 호소했다. 한 여성 단체는 “피해자를 추측하는 모든 사진과 동영상 유포는 2차 가해”라는 경고 스티커를 배포하고 있다. 선정주의가 판을 치는 성범죄 관련 보도가 문제라는 지적인 셈이다.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엉뚱한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2차 가해자는 반드시 찾아내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경찰도 ‘불법 촬영 및 유포, 관련된 허위사실 유포 행위’는 엄단하겠다는 자료를 내놓는 등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명예를 훼손하는 정보의 생산자는 물론 단순 유포자도 처벌하겠다게 그 핵심이다. 원래 법도 그렇다.

물론 법과 제도, 엄정한 수사와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사회구성원 개개인의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정준영 몰카 파동’은 그 반면교사가 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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