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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서울 주택 매수심리는 진짜 꺾였을까
정부의 강력한 규제 대책으로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가 5~6년래 최악이라고 한다. 한국감정원이나 KB국민은행 등이 작성하는 매수자ㆍ매도자 동향 지표가 근거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1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주간 ‘매매수급 지수’가 73.2로, 2013년 3월 11일(71.8) 이후 최저다. 같은 날 기준 KB국민은행의 서울 ‘매수자우위지수’도 41.1로 2014년 12월29일(38.4) 이후 가장 낮다.

두 기관의 매수자, 매도자 동향 지수는 모두 각각 기관별 회원사를 상대로 조사해 작성한다. 사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나온 물건이 얼마나 많은지 동향을 물어 0~200 범위에서 답하게 한다. 매수자와 매도자가 똑같은 비율이면 100이다. 100 보다 높으면 매수자가 더 많은 거고, 낮으면 매도자가 더 많다는 거다. 지금은 100보다 한참 낮으니 매수세가 매도세에 비해 훨씬 약하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지수로 진짜 매수심리를 파악하는 건 한계가 있다. 나온 매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찾는 사람이 없다는 것일 뿐이다. 매수자들이 진짜 집을 살 마음을 접은 건지, 아니면 사겠다는 마음은 여전하지만 좀 더 싸게 사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건지 확인할 수는 없다.

매수자들이 사려는 마음을 진짜 접었다고 보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너무 많다. 일단 분양현장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서울의 ㎡당 평균 분양가는 760만원으로 전월 대비 20만원이나 높아졌다. 3.3㎡당 분양가로 2500만원을 넘는다. 그럼에도 미분양은 늘지 않는다. 최근 평균 분양가가 9억원이 넘어 대출이 안 되는 딱 한 곳에서 일부 미분양이 나왔지만, 규제 때문에 청약 자체를 하지 못한 자금 여력 있는 유주택자들이 서로 잡으려고 대기하고 있다.

거래는 급감했지만 직전 거래가격 보다 비싸게 계약되는 건수는 계속 늘고 있다. 개포동 개포우성3차 133.46㎡는 지난달 19억7000만원에 거래돼 직전 최고가 대비 1억원 이상 올랐고, 성동구 성수동1가 신장미 아파트 49.23㎡도 지난달 8억6000만원에 거래돼 전월 대비 5000만원 이상 뛰었다.

경매시장에서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여전히 100% 수준이다. 1월 기준 97.4%로 전월(96.2%) 보다 더 높아졌다. 낙찰가율은 경매 참여자들이 향후 집값이 어떻게 될지 판단하고 입찰해 낙찰받은 가격이다. 입찰 참여자들이 여전히 감정가 수준에서 낙찰받아도 비싸게 사는 게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중개업소 관계자들과 이야기해도 비슷한 분위기다. 송파구, 마포구, 도봉구 등 중개업소 관계자들에 문의해보면 답변은 한결같다. 급매물이 늘고 있지 않고, 언제 살지 재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매수심리가 진짜 꺾인 게 아니라 ‘눈치보기’하는 장세라는 거다. 물론 이런 분석도 시장의 전체를 보여주는 건 아닐 수 있다. 소위 봄 성수기라는 2~3월을 지나면 시장 상황이 좀 더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을까 싶다.
 
박일한 소비자경제섹션 부동산팀장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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