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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정권마다 ‘블랙리스트’ 논란…언제까지 반복할건가
현 정부 출범 이후 환경부에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다는 의혹이 점점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환경부가 앞선 정권에서 임명된 산하기관 임원들을 내보내기 위해 표적 감사를 했다는 문건이 검찰수사에서 나왔다는 보도가 이어지는 것이다. 더욱이 ‘산하 기관 임원 조치 사항’이란 문건은 환경부 감사관실 컴퓨터에 저장된 ‘장관 보고용 폴더’에 담겨 있었다고 한다. 당시 김은경 환경부 장관에게 표적감사 내용이 보고됐다는 얘기다.

지난 해 청와대 특감반원으로 활동했던 김태우 전 수사관과 자유한국당에 의해 블랙리스트 의혹이 제기되자 환경부는 계속 말을 바꾸었다. 처음에는 “문건을 만든 적도 없다”고 잡아떼다 “김 전 수사관 요청으로 만들기는 했지만 윗선에 보고는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모두 거짓말이었다는 게 장관 보고용 문건에 의해 입증된 셈이다.

검찰이 확보했다는 문건을 보면 의심할 것 없는 블랙리스트가 분명하다. 가령 임기가 남아 사퇴를 하지 않겠다는 산하기관 임원에 대해 ‘철저히 조사 후 사퇴를 종용하고 거부시 고발조치’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고 한다. 한국당이 ‘문재인 정부판(版)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며 내놓은 문건에도 출신정당, 보수 또는 진보 진영 인사와의 친분관계, 대선 캠프 출신 등의 꼬리표가 붙어있었다. 성분을 분류해 찍어 내보내고, 그 자리에 현 정부 관련 인사를 밀어넣겠다는 속셈이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대해 ‘대역죄’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고, 가혹한 처벌까지 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다음 정부는 그런 ‘못된 짓’을 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인 약속까지 했다. 그러다 김 전 수사관과 야당의 의혹 제기에 “문재인 정부 유전자(DNA)에는 민간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 말도 믿기 어렵게 상황이 돌아가고 있다. 아직은 검찰이 수사 단계라지만 지금까지의 정황을 보면 현 정부에서도 똑같은 일이 있었을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문제는 이런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면 환경부에만 국한되지는 않았을 것이란 점이다. 김 전 수사관이 “이인걸 특감반장의 지시로 330개 공공기관장 및 감사의 재직유무와 임기 등을 파일로 정리했다”며 이를 토대로 감찰활동을 벌였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한 사실 관계는 물론 청와대의 지시 및 개입 여부까지 밝혀져야 한다. 검찰은 그야말로 ‘적폐’를 청산한다는 각오로 중립적이고 엄정하게 수사에 임하면 가능한 일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같은 소동을 언제까지 반복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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