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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커피를 콘텐츠로 카페를 플랫폼으로”
-달콤커피 지성원 대표 만나보니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콘텐츠, 커피”
-커피머신의 품질 향상이 비트 탄생 기반
-고정비 절감ㆍIoT…‘커피시장 구글’ 꿈꿔

최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달콤커피 사무실에서 만난 지성원 달콤커피 대표는 앱으로 주문에서부터 결제, 제조까지 가능한 로봇카페 비트의 시스템이 확산되면 비트가 ‘커피시장의 구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달콤커피 제공]

[헤럴드경제=이유정 기자] “로봇카페 비트에는 전자ㆍ전기, 로보텍스 등 다양한 산업들이 융합돼있지만 결국에는 커피 산업에 어울리는 퍼포먼스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죠.” (지성원 달콤커피 대표)

지난해 1월 달콤커피는 스마트 공항으로 문을 연 인천공항 제2청사에 로봇카페 비트를 처음 선보였다. 라이트 형제 오빌과 윌버의 이름을 딴 새로운 로봇 바리스타는 SF영화에서 봄직한 기계적이고 효율적인 동작으로 커피를 제조했다. 그 후 1년, 비트는 SK증권 등 사내 카페와 롯데몰 등 복합 쇼핑몰을 중심으로 현재 40곳까지 확대됐다.

과연 맛있을까 싶지만 비트 한 대당 소비되는 커피는 하루 평균 500잔가량. 45초에 한 잔을 만들어내는 로봇 바리스타가 6시간 이상 쉬지 않고 커피를 만들 만큼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단 얘기다. 사물인터넷(IoT)이 접목된 로봇카페를 상용화한 건 세계적으로도 비트가 유일하다.

최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달콤커피 사무실에서 만난 지성원 달콤커피 대표는 로봇카페 비트에 들어가는 장비 중 가장 값어치가 높은 것은 로봇 자체가 아니라 ‘커피머신’이라고 단언했다. 로봇기술은 10년 전에도 있었지만 커피를 만드는 자동머신이 바리스타의 품질을 따라잡은 지는 불과 2~3년 안팎의 일이라는 것이다. 주로 뷔페에서 이용했던 커피 자동머신은 과거 매장 커피 수준을 따라갈 수 없었다.

지 대표는 “자동머신의 발달로 비트란 로봇카페도 나올 수 있었던 것”이라며 “로봇보다 자동머신의 품질이 비트에겐 더 중요하다”고 했다. 지난 2016년 스타벅스가 글로벌 전 매장에 커피머신을 보급하며 커피 제조에서 본격적인 자동화가 도입된 점도 로봇카페 비트의 방향성에 참고가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지 대표는 2016년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로봇이 드립커피를 시연하는 모습을 보고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얻었다.

로봇카페 비트를 운영하는 달콤커피의 모회사는 1997년 설립된 모바일 결제 서비스 업체 다날이다. 지 대표는 2002년 다날 콘텐츠 사업으로 입사해 신사업을 맡아오다 지난 2011년 프랜차이즈 사업인 달콤커피를 론칭했다. 기업 간 거래(B2B)가 주를 이루던 기존 사업모델을 기업-소비자 거래(B2C)로 확대하고 개인 회원을 확보할 수 있는 플랫폼 사업을 시작하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왜 하필 커피였을까.

“저는 커피를 콘텐츠로 바라봤어요. 대한민국이 가장 사랑하는 콘텐츠를 떠올렸을 때 음악이나 게임처럼 커피도 있다고 생각했죠. 오프라인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가장 알맞은 콘텐츠가 무엇일지 고민했는데 40~50평 되는 공간 안에 가장 많은 소비자가 방문하는 건 스테디셀러인 커피였어요. 다들 레드오션이라 했지만 저흰 추구하는 방향성이 다르기 때문에 시작했습니다.”

세계 최초 5G 로봇카페 비트 모습 [KT 제공]

지 대표에 따르면 로봇카페 비트는 달콤커피로 꾀한 플랫폼 사업의 확장판인 셈이다. 그는 “2016년에 비트 태스크포스(TF)를 만들 때도 로봇과 4차산업이 필요하다는 데서 출발한 게 아니라 회원들이 애플리케이션으로만 결제하는 매장을 만들어보자고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달콤커피가 한 달에 100만 명 이상 방문하는 브랜드가 됐지만 직원들이 상주하는 매장에서 앱 활용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비트를 선보인 후, 달콤커피 200여개 매장에서 앱으로 일어나는 결제수와 40개 매장에 불과한 비트의 결제수 트래픽 차이는 10배 가까이 비트가 높다는 게 그의 말이다.

“사내 카페의 경우 하루 몇백 잔을 모든 직원이 비트를 통해 매일 먹는 거예요. 그럼 앱 트래픽이 당연히 높죠. 비트는 신용카드(키오스크)로 결제하는 것보다 비트 앱으로 결제했을 때 더 서비스의 가치가 높거든요. 커피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도 알려주니 직접 가서 결제할 필요 없이 다 만들면 찾아오기만 하면 되죠.”

반대로 비트의 중요한 뿌리는 기존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달콤커피다. 그는 “비트가 잘 되기 위해선 달콤커피가 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커피에 아무 기반이 없는 IT회사에서 비트를 만들었다고 하면 맛에 대한 저항이 있을 수 있지만 비트는 달콤커피란 브랜드의 검증된 원자재를 쓰며 ‘비트바이저’를 통해 매일 위생을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사람들이 부대끼는 공간인 기존 카페와 비트는 서로 구분된 시장, 보완하는 관계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비트는 인건비와 임대료 등 고정비를 기존 매장보다 40%가량 절감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존 커피 프랜차이즈는 매출의 약 30%가 매장 임대료로 나간다면 비트의 경우 임대료가 매출의 10%도 차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출의 20~30%에 달하는 인건비 역시 비트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비용이다. 다만 한 대당 1억 2000만원에 달하는 비트의 기계값은 점차 낮춰나갈 계획이라고 지 대표는 설명했다.

“비트는 장비 제어를 중앙에서 통제하기 때문에 일정한 로열티를 내는 구조로 글로벌 진출도 가능하죠. 앱으로 커피 주문에서부터 결제까지 끝내는 시스템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 ‘커피시장의 구글’이 될 수도 있겠단 꿈을 갖고 있어요. 최근 KT와 손잡고 5G 네트워크를 적용해 선보인 비트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고도화된 기능으로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계획이죠. 비트가 먼저 말을 걸 날도 멀지 않았답니다.”

kul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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