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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일을 찬양하라”…‘워라밸’ 역행, ‘노동 중독’에 빠진 美 청년들
‘TGI먼데이’…여가보다는 ‘성공’ 중시하는 밀레니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
전문가 “많은 에너지를 요하는 기업가 정신이 우상화 되고 있어”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지치더라도 멈추지 마라’

최근 미국의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문화’가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허슬(hustle) 이라고 부른다. ‘허슬 문화’는 이름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일꾼’들에게 또 다른 삶의 지침을 제공한다. ‘온 몸을 바쳐서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해라’가 그것이다.

허슬 문화에 열광하는 미국의 풍경이 ‘저녁있는 삶’,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최근 ‘근로시간 단축’에 나서고 있는 전세계 노동정책의 움직임과는 정반대라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허슬 문화는 현재 미국 노동계의 논란의 중심에 있다. 무한한 열정을 강요하는 허슬 문화는 현재의 젊은층,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를 고용해야하는 사업주에게도, 동 세대와 경쟁해야하는 밀레니얼 세대 스스로에게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허슬이 성공을 위한 자발적인 ‘열정’이 아닌, 단순한 노동착취라는 비판도 나온다.

▶허슬 문화, “열심히 일하는 것이 미덕”= 허슬은 ‘흔들다’라는 뜻을 지녔던 1600년대 중세 네덜란드어 ‘hutselen’이라는 동사에서 유래했다. 본래는 ‘훔치다’, ‘속이다’라는 부정적인 의미였다. 책 ‘허슬, 멈추지 않는 추진력의 비밀’은 오늘날 허슬의 뜻을 “‘가능성이나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한 길로 나아가다’라는, 영감을 주는 단어로 진화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오늘날, 허슬은 꿈을 이루기 위해 추가 근무를 감수하고, 자신의 삶을 일에 쏟는 것이 당연시 되는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허슬 문화에 대한 밀레니얼 세대의 열광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공간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ThanksGodIt’sMonday(월요일이라니, 신이시여 감사합니다)’라는 해시태그가 대표적이다. 일주일이 시작되는 월요일이 의미하는 것은 ‘일’이다. 미국의 젊은이들은 해시태그와 함께 열심히 일하고 있는 일상을 공유하면서 ‘일’에 열정적인 자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허슬 문화는 이미 대중문화에도 깊이 스며들었다. 나이키의 광고 캠페인 ‘Rise and Grind’가 대표적이다. 해석하면 ‘일어나서 일을 하라’다. 기업도 허슬을 요구한다. 코워킹(co-working) 스페이스 기업 위워크 사내 급수기 속 오이에 새겨진 ‘지치더라도 멈추지마라’라는 문구는 이 같은 현실을 잘 보여준다.

성공한 기업가들마저도 ‘성공’은 곧 ‘근무 시간’이라는 공식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테슬라의 앨런 머스크 테슬라 회장은 지난해 11월 “누구도 일주일에 40시간을 일해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며 주 80시간 근로를 주장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열심히 일하는 것’이 오늘날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기업가 정신이며, 이 같은 기업가 정신이 ‘우상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포브스는 최근 한 칼럼을 통해 “젊은 세대들은 점점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기업가 정신의 매력에 사로잡혀 있다”면서 “이같은 기업가 정신은 우상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슬 문화는 ‘냉혹하고 착취적인 것’ = 허슬 문화는 이 시대를 관통하는 미학일까. 뉴욕타임스(NYT)의 저널리스트 에린 그리프(Erin Griffith)는 ‘왜 사람들은 일을 사랑하는 척 할까’라는 기사를 통해 ‘허슬 문화’는 현대인에 대한 ‘노동 착취’라고 지적한다.

그리프는 허슬 문화에 대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일에 대해 한없이 긍정적일 것을 요구한다. 하물며 그것은 유머조차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리프는 소프트웨어기업인 베이스캠프의 공동창업자 데이비드 하이네마이어 핸슨의 말을 인용, 초과 근무가 생산성과 무관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하이네마이어 헨슨은 “데이터들은 오랜 시간 일하는 것이 생산성과 창의성을 향상시키는 것과 관련이 없다는 것이 입증됐다”면서도 “과로에 관한 신화는 소수의 엘리트 기술자를 위해 만들어진 극한의 부를 정당화하기 때문에 지속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허슬 문화’가 “냉혹하고 착취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허슬 문화가 단순히 SNS 등 기술 발전의 부작용이라는 비판도 있다. 허슬 문화는 무한 경쟁시대 속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일 외에는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들고 있으며, 이것이 SNS를 통해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포브스는 “(허슬은) 행복하기 위해서 자급자족하는 것보다 열정적인 직장생활을 장려하는 것이 윤리적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궁극적으로는 균형을 무너트림으로써 우리의 삶과 부를 앗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의 SNS 서비스 기업 레디트의 공동창업자 알렉시스 오하니언은 “허슬 열풍은 오늘날의 기술이 만들어낸 가장 독하고 위험한 것 중 하나”라고 말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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