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경제광장-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올해 은행산업 어디로 가나?
국내은행은 지난 2년간 호황을 누렸다. 2016년에 2조4000억원에 불과했던 당기순이익이 2017년에는 네 배가 넘는 11조10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났으며 2018년에는 이 수준까지 넘어섰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의 15조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011년 이후 내리막길을 걷던 은행 수익이 오름세를 탔다는 측면에서 고무적이다.

경제성장률이 서서히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선방했다. 이 기간 중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급증한 가계대출이 큰 역할을 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런 좋은 시절이 올해도 이어질까? 한번 탄력을 받았으니 어느 정도 이어지기는 하겠지만 도처에 암초가 숨어있다.

먼저 정부는 급등하는 부동산가격을 잡고 생산적인 부문으로 자금흐름을 유도하기 위해 강력한 가계대출 억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규제가 전방위적으로 강화되었다. 총체적상환능력심사제(DSR)도 도입되어 대출받기가 더 어려워졌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전체 수익에서 이자수익 비중이 80%를 넘기 때문에 가계대출이 억제되면 수익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생산적인 부문에 대한 대출을 늘리기 위해 예대율 규제를 위한 예대율 계산 시 가계대출의 가중치는 15% 늘리고, 기업대출의 가중치는 15% 줄이는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은행들이 예대율 규제비율인 100%를 맞추려면 대출구조를 조정해야겠지만 단기간에는 어렵기 때문에 결국 금리를 더 주고 예금을 더 조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은행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은행 사람들을 만나보면 경쟁이 너무 심해 죽을 맛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부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은가 보다. 은행산업의 경쟁을 강화하기 위해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을 허가해줄 모양이다. 그러면 경쟁이 더 심해질 것이고 수익성은 하락할 것이다.

경기도 도와주지 않는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작년 수준을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은행대출이 줄어들어 이익을 내기 어려워진다. 이래저래 은행들에게는 험난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 은행은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다. 중소기업들이 자금조달의 대부분을 은행에 의존하고 개인들도 집을 살 때 은행 돈을 가장 많이 이용하지만 은행은 별로 인기가 없다. 은행이 이익을 많이 내면 국민 호주머니를 털어 이익을 낸다고 비난받기 일쑤다. 이자이익 비중이 높다는 이유로 땅 짚고 헤엄치기 장사를 한다는 비아냥도 듣는다. 은행들이 꾸준히 소비자신뢰를 회복하고 평판을 개선해서 극복해 나가야할 과제다. 그렇지만 은행도 사기업인 만큼 이익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또 은행이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서 부실 가능성을 줄여야 금융시스템 안정성도 확보된다.

은행들은 작년처럼 높은 이익을 내기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상황이 녹록지 않다. 먼저 너무 높은 이자이익 의존도를 줄여 경기변동에 관계없이 안정적 이익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신탁, 펀드 등에 대한 수수료수익 확대에 역점을 두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국내시장 성장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새로운 수익원을 마련하기 위해 적극적인 해외진출도 도모해야 한다. 디지털금융의 확산 추세에 대응하여 빅데이터 기반의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사업모델의 혁신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은행 실력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대출대상에 대한 심사평가 능력을 개선해야 한다. 이를 통해 담보대출 비중을 줄이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혁신기업에 대한 대출확대에 힘써야 한다. 여기가 은행들에게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이다.

은행은 시장경제에서 한정된 자금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떨어진 소비자 신뢰를 개선하고 불황에도 견딜 수 있는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또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의 조류도 따라가야 한다. 어려운 경제환경에서 갈 길이 바쁘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