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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의심하고 또 의심하게 되는 교육정책
인기 드라마 ‘SKY캐슬’이 비지상파 역대 시청률 1위로 막을 내렸다. 여러 성공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입시지옥을 ‘스카이캐슬’이라는 제한된 공간과 인물에 투영한 게 컸다. 드라마는 물론 재미있었다. 하지만 수험생 학부모들이나, ‘입결’ ‘세특’ ‘자동봉진’ 등 암호같은 입시 키워드를 접하기 시작한 부모들은 뻑뻑한 고구마를 목구멍에 밀어넣은 듯 보는 내내 답답했다. 대치동에 수십억 하는 입시코디가 진짜로 있냐 없냐를 떠나서, 서울대 의대 진학이 만능열쇠인 양 그려낸 게 현실적이냐 비현실적이냐를 떠나서, 지금의 정부가 제대로 된 교육정책을 펴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불안과 분노, 암담함이다.

집권 3년차의 문재인 정부는 아직 이렇다할 교육철학과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출발부터 스텝이 엉켰다. 학부모들이 가장 민감해 하는 대입제도를 어설프게 건드렸다. 김상곤 전 부총리가 대입제도 개편을 1년 유예한다고 발표하면서 현장의 혼란은 시작됐고, 여론과 교육계 갈등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교육부는 1년 간의 공론화 끝에 지난해 8월 대입개편안을 발표했지만 수능 비중 대폭 확대도, 축소도 아닌 어정쩡한 결론이 나왔다. 문 대통령이 약속한 공교육 개혁이 좌충우돌하는 사이 사교육 시장은 빠르게 확장하고 세분화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등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17년 기준 27만5000원으로, 2013년 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다. 다음달엔 사실상 문재인 정부 첫 사교육비 통계인 2018년 수치가 발표된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또한번 학부모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교육부는 11일 문 대통령의 주요 교육공약 중 하나인 고교학점제 도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학생들이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고, 누적 학점이 기준을 충족하면 졸업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2022년 모든 고교에 고교학점제를 부분도입하고 2025년에는 전 과목 성취평가제(내신 절대평가)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물론 고교학점제 도입은 무너진 공교육을 일으키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선의’에 의한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학교 현장을 외면한 채 도그마처럼 ‘교실혁명’ ‘교육계급화 타파’만을 밀어붙인다면 또다시 현실과 여론의 벽에 부딪힐 게 뻔하다. 특히 모든 정책이 대학 입시와 맞물릴 수 밖에 없는 대한민국 교육현실에선 더욱 그렇다. 당장 교육관련 커뮤니티와 학부모 카페에선 고교학점제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내신 절대평가로 바뀌면 우리 아이들 무조건 대치동으로 보내겠다” “학종처럼 특목·자사고 학생들이 유리해질 수밖에 없는 시스템. 결국 고교서열화다” “학생들은 어차피 점수 따기 쉬운 과목으로만 몰릴 것이다” 등의 비판과 우려의 글들이 쏟아졌다. 정부가 또다시 평가기준이 애매한 학종을 폐지하고 정시를 확대하라는 목소리를 키운 셈이다. 교육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수능의 힘을 빼겠다는 대선공약에서 거꾸로 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공약과 공약이 서로 모순되는 이상한 교육 정책.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불통 정책이다. 정부의 교육철학을 전적으로 믿고 싶은데, 자꾸만 의심하고 또 의심하게 만든다. 

조범자 사회섹션 에디터 anju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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