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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 동안 한 번 찔끔 인상…‘모순’에 빠진 임대주택 표준건축비
- 지방 소도시 임대아파트 건설업체들, 수익성 악화로 분양전환 미뤄
- 정부ㆍ정치권 논의는 공회전…건설업계ㆍ전문가들 “표준건축비 현실화 시급”

표준건축비가 10년 간 한차례 소폭 인상에 그치면서 지방을 중심으로 임대아파트 건설업체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분양전환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에 위치한 한 임대아파트의 모습.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 충청권과 강원권 등을 중심으로 임대아파트를 운영하고 있는 중견업체의 A대표는 자사의 지방 B아파트에 대해 분양전환할 수 있는 법적 의무 임대 기간 5년을 최근 채웠지만 큰 고민에 빠졌다. 현재 표준건축비를 기준으로 분양전환을 할 경우, 한 가구당 원가 대비 2000만원 가량의 손해를 봐야하기 때문이다. 분양전환이 늦어지자 해당 단지 주민들은 반발할 조짐을 보이는 것도 걱정이다.

공공임대주택 가격 산정의 기초가 되는 표준건축비 현실화 방안을 두고 정부와 국회의 논의가 계속 지연되면서 해당 건설업체들도 분양전환을 미루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임대아파트 시장 자체가 침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대한주택건설협회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따르면 표준건축비는 지난 2008년 이후 2016년 단 한차례, 5% 인상에 그쳤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21.41% 올랐고 임금ㆍ자재ㆍ장비 등의 건설 주요 투입자원에 대한 물가변동 연계 지수를 나타내는 건설공사비지수는 36.2%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표준건축비는 5년 의무임대 공공임대주택 임대료나 분양전환 시 분양가의 상한을 정하는 기준을 말한다. 2007년 ㎡ 당 87.6만원(층별ㆍ면적별 평균값)으로 처음 도입됐고, 이후 두 차례 인상을 거쳐 현재는 102만원 수준이다.

일반 분양아파트의 가격 기준이 되는 ‘기본형 건축비’는 6개월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정기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현재 ㎡ 당 160만원이다. 같은 아파트를 짓고 있지만 표준건축비는 기본형 건축비의 64% 수준에 그친다.

임대주택업계에선 표준건축비가 너무 낮게 책정돼 임대 아파트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한 중견 건설사 고위 관계자는 “감가상각비가 매년 2.5%인데, 지난 5년 동안 표준건축비 인상은 5%에 그치면서 (의무 임대기간 동안) 총 감가상각비 공제로 인한 손실만 계산해도 건축 원가 대비 7.5%나 된다”면서 “분양전환이 이뤄지더라도 자기자금 손실은 불가피하고, 토지가격ㆍ임금 등 사업비 상승으로 신규사업 자체도 계획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공적임대주택 85만호와 공공분양주택 15만호 등 5년간 총 100만호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서민주거복지 로드맵을 세웠다. 지방자치단체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에 따라 직접 개발한 택지를 활용해 수도권 및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대규모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이와 달리 민간 건설업체는 대도시권 토지 가격이 너무 높아 땅값이 싼 지방 소도시 지역 등에 집중해서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민간 업체들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공공임대 주택 공급을 꺼린다면 해당 지역의 주거안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로드맵 자체도 실현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도 표준건축비 현실화에 대한 업계 주장에 대해 공감대를 갖고 논의 중이지만, 올 들어 여야가 충돌하면서 중단된 상황이다.

주택산업연구원 측은 “(표준건축비 인상이 계속 지연될 경우) 민간 임대사업자는 제값을 받지 못해 사업을 주저하게 되고, 임차인은 주거의 질이 하락하고 선택권이 제약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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