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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진의 와인에 빠지다]⑧ 와인, 그리고 어울림

  • 기사입력 2019-02-1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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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 식탁에 앉아 와인 하나를 연다. 와인 셀러에 한 달 정도 모셔뒀던 와인이다. 지난달 지인과 와인주점에 그날의 감동을 잊을 수 없어 결국 한 병을 사 들고 집까지 왔다.

지금 내가 앉아 있는 거실은 고요하다. 오로지 와인과 나 둘만의 공간이다. 조명은 당시 주점만큼 어둡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밝지도 않다. 잔잔한 음악도 없고 와인에만 집중하기에 딱 좋은 밤이다.

‘흐음...’ 와인을 보니 지난달에 느꼈던 감동이 다시 올라오는 것 같다. 그 날의 감동이 침샘을 자극한다. 이미 머릿속은 과거의 경험을 끄집어내어 기대감을 한창 끌어올리고 있다.

‘또르르르륵’ 와인을 잔에 따른다. 얇은 물줄기를 만들려 애쓴다. 이제 막 딴 와인이지만 조금 더 풍부한 향과 맛을 느끼고 싶은 욕심에서다. 와인 잔에 짙은 루비색의 붉은 빛이 감돌고 향기는 비강 안으로 파고든다. 기대감이 점점 고조된다.

두 손가락을 가로로 눕혔을 때 정도의 알맞은 양의 와인이 잔에 담겼다. 향을 최고로 끌어올릴 수 있는 와인의 양이 바로 손가락 두 개 정도다. 와인 잔에 따라진 와인이 아름답게 보이는 비율이기도 하다.

잔 입구에 코를 가져가 ‘킁킁’ 거려 본다. 혼자이기에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향을 맡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다. 연지 얼마 안 돼서 일까 아직 향은 피어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수차례 향을 콧속 깊이 끌어들이려 애쓴다. 차근차근 와인이 가진 매력에 집중하고 싶다.

갈증이 밀려온다. 인내심은 이제 바닥을 쳤다. 잔을 들어 입 안으로 와인을 흘려 넣는다.

‘헉, 강렬한 단맛이다’

기대와 전혀 다른 맛에 흠칫 놀랐다. 한 달 전 내 기억 속 와인과 전혀 다른 맛이다. 똑같은 빈티지이고 심지어 구매처도 같음에도...

‘너무 달다. 난 이토록 단맛을 좋아하지 않는데...’

사람들과 함께 마셨던 그 날이 그리워졌다. 아마도 그날의 분위기와 음식,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지면서 내 뇌는 와인의 향과 맛을 전혀 다르게 인지했을지도 모르겠다.

미안하게도 둘만 이렇게 있으니 이 와인은 전혀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문득 우리가 살아가며 맞닥뜨리는 ‘사람과의 관계’가 떠올랐다. 우리는 늘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집안에서는 가족과의 관계, 집 밖을 벗어나면 학교, 직장, 그리고 공적이든 사적이든 만남을 강요당하는 사회 속에서 말이다.

나 역시도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찾으려 애쓸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러할수록 더욱 공허해지는 것을 느끼곤 했다. 만나면 기분이 좋은 사람도 있지만,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고통스러움을 주는 이들도 있어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내가 좋아하는 이들만 만날 수 없다. 좋다는 감정을 느끼는 것도 상대적이니 말이다. 

결국 우리는 현재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을 받아들임으로써 부정적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사람과의 관계가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짐으로써 마음의 평온을 유지할 수 있다.
요즘 명상을 하면서 생각하곤 한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다 내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그것이 인생이니 말이다.
사진=신동진

글=신동진
정리=서상범 기자,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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