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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그들’만의 리그된 M&A…짓밟히는 코스닥 개미들
“인수합병(M&A)만 활성화하면 뭐합니까. 소액 주주에 대한 공감대가 없는데…”

최근 기자가 만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금융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이 강력히 밀어부치고 있는 사모펀드 개편 정책을 이같이 평가했다. 기관투자자인 그가 ‘소액 주주’ 얘기를 먼저 꺼낸 것은 다소 의외였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한국형 헤지펀드)’라는 ‘한국식 빗장’이 마침내 풀려 기관 자금이 활성화된다는 이 대변혁기에, 난데없이 ‘개인투자자’라니.

그는 M&A와 관련해 국내 시장이 유독 개인투자자 보호에 인색하다고 지적했다.

M&A는 대부분 최대주주 변경을 동반하는데, 최대 주주변경에 따른 주주 가치 훼손을 너무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단적으로 지난해 10월말 웅진이 코웨이를 인수한다고 했을 때 당일 코웨이 주가가 약 25% 떨어졌다”며 “이런 주가 날벼락에 개인투자자들은 무엇을 할수 있었냐”고 성토했다.

기관 투자자라면 이를 대비한 보호장치가 마련됐을 것이라고 했다. 기관투자자들은 계약을 맺을 때 보통 ‘동반매도권(tag along)’ 조항을 삽입한다. 대주주가 다른 주주에게 지분을 매각할 때 같은 조건으로 주식을 팔수 있도록 한 것이다. 주식 거래뿐 아니라 사채 거래에서도 기관투자자들은 보호 조항을 명시한다. 지난 2017년 말부턴 아예 당국이 ‘표준사채계약서 개정안’을 만들면서, “최대주주가 바뀔 경우엔 즉시 사채 상환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해놓기까지 했다.

해외와 비교할 때도 국내 개인투자자 보호 장치는 전무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국에서는 최대주주가 지분 매각시 원칙적으로 증권신고서를 먼저 제출해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알리도록 하고 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해당 기업의 지배주주가 일반투자자보다 정보력 측면에서 우월하다는 점을 악용하지 못하도록 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미국 나스닥 시장이나 홍콩 거래소는 경영권이 변경되면, 아예 해당 기업에 대한 ‘상장 재심사’가 진행될 정도로 지배구조 변경은 중대한 이슈다.

국내는 그나마 최대주주 변경에 대항할 수 있는 ‘공개매수’ 조항마저도 유명무실한 상태다. “6개월 동안 장외에서 10인 이상의 자로부터 매수를 하려는 자는 본인ㆍ특별관계자의 보유 주식 등이 5% 이상 되는 경우 공개매수를 할수 있다”고는 하지만, 왜 이런 요건이 있는지 정책 관계자들도 모를 뿐더러, 투자자 보호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최대 주주 변경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우려되는 곳은, 투자자의 90%가 개인인 코스닥 시장이다.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보니, 2016년 이후 최근까지 코스닥 시장에선 유가증권시장보다 2.5배 가량 많은 531건의 ‘최대주주 변경 공시’가 있었다. 이 곳 중 주가가 하루 새 변동한 곳은 474곳인데, 여기서 주가가 하락한 곳은 63%에 이른다.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라도, 개인투자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개인투자자 보호가 결국은 ‘기관자금 건전성’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 피해를 이유로 최근 당국이 주시하는 무자본 M&A(자기 돈 없이 부채를 통해 상장사를 인수하고 주가를 끌어올리거나 회삿돈을 빼먹은 뒤 이탈)는 자금의 성격이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우량 기관투자자들에게서도 우려를 사고 있다. 공개매수 등 투자자 보호 조항을 제대로 정비하면, 무자본 M&A 같은 ’먹튀‘ 자금이 비용문제로 인해 쉽사리 M&A를 하지 못할 것이고, 코스닥 시장의 자금 건전성이 높아져 우량 ‘큰손’들의 자금 공급이 가능해질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지난해 증시의 최대 화제였던 ‘코스닥 활성화’는 연말 주가 폭락이 겹치면서 유야무야 돼 버렸다. 정부와 여당 어느 곳도 이에 대한 반성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코스닥벤처펀드니 KRX300이니’하는 기대감에 자금을 몰아넣은 개인투자자들의 가슴 속 멍은 여전한 상태다.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이 당장은 중견기업과 기관의 관계 같지만, 회수시장까지 생각하면 이 역시 개인투자자들의 주머니와 멀지 않다. ‘코스닥 활성화’의 아픈 추억을 잊고 싶은 사람들이, 다시 ‘투자자 보호’라는 ‘비(非)기관 이슈’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김지헌 IB금융섹션 IB증권팀 기자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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