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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사상 초유의 대법원장 구속…사법부 넘어 헌정사의 비극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24일 발부됐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범죄사실 중 상당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된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가 구속이 불가피할 정도의 중범죄라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다. 이로써 양 전 대법원장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에 피의자로 소환된 데 이어 구치소에 구속 수감되는 사법부 수장이란 오점을 안게됐다. 이날은 사법부 전체의 치욕일로 기록될 것이며, 이를 넘어 헌정사에 남을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사법부의 끝없는 추락을 지켜보는 심경이 참담하다.

검찰은 당초 강제징용 재판과 관련해 변호사를 따로 만난 사실이 적시된 문건,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 대법원장 지시를 구체적으로 담은 부장판사의 업무수첩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농단을 기획하고 실행한 핵심 행위자라는 것이 검찰의 주장인 셈이다. 반면 양 대법원장은 “재판에 개입한 적이 없고, 법관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았다”며 철저히 부인해왔다. 핵심 증거물로 제출된 업무수첩은 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구속영장 심사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 고심 끝에 전직이지만 자신들의 수장을 지냈던 인사의 구속을 결정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본다. 법원의 판단은 어떠한 경우에도 존중되어야 한다.

지난 정권 당시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사법부는 만신창이가 되고 온 나라는 벌집 쑤신 듯 발칵 뒤집어졌다. 그 실체는 반드시 밝혀져야 하고 관련자는 엄중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7개월이 넘는 검찰 수사를 통해 그 윤곽은 어느 정도 드러났다고 볼수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이제부터다. 비록 구속 수감되기는 했으나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 사실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 곧 재판부가 결정되고 본격적인 심리가 시작될 것이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고, 어떠한 성역도 있을 수 없다. 재판부는 정치적 고려없이 오직 법과 원칙, 증거에 입각한 판단을 해야 한다. 만신창이가 된 사법부의 위상을 조금이라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과정에서 모든 것을 있는 것대로 밝혀야 한다. 모함이니, 왜곡이니 하며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진실을 밝히고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지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그게 실망과 충격에 빠진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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