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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체리피킹’ 리더십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칠은 과학 기술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20대에 다윈의 ‘종의 기원’(Origin of Species)과 물리학 입문 교과서를 읽었다. 여러 신문과 저널에 진화론이나 세포에 대해 대중적 과학 에세이도 썼다. 전파천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베르나르 러벨(Bernard Lovell)과 같은 과학자와도 정기적으로 교류했다.

내각에 과학고문을 처음 둔 것도 그였다. 실험실 설치와 망원경 개발에 공적자금을 지원해, 전후 영국이 분자유전학, 방사선결정학 분야에서 많은 발견과 발명을 이루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외계 생명체에 대한 지식도 해박했다. 처칠은 머지 않은 미래에 인간이 달은 물론 금성이나 화성에 갈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했다.

프랑스의 정복 군주 나폴레옹도 전문가 수준의 과학 지식을 가졌다. 유명 과학자, 수학자들의 저서에 직접 주석을 달기도 했다. 나폴레옹 시대, 라브와지에, 라플라스 등 수학, 천문학 분야에서 유명한 과학자들이 다수 배출됐다. 반면 당시 영국에서 활동한 왕립 과학자는 한 명 뿐이었다. 과학에 대한 나폴레옹의 열정과 과학 엘리트들의 정치적 역할로 그 시대 프랑스는 과학혁명의 최전선에 설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정치인들은 과학에 문외한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정치인의 철학에 따라 과학적 사실은 종종 왜곡되기도 한다. 선거 과정에서는 표를 얻기 위한 방법으로 이용된다.

집권 후에는 자신의 철학이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받아들이는 편향적인 ‘체리피킹(cherry-picking)’ 리더십으로 이어진다.

정부 정책에 반대되는 행동은 채택되지 않는다.

과학 전문가들의 의견도 멀리한다.

미국의 과학 칼럼니스트 데이브 레비턴(Dave Levitan)은 과학 정책에 대한 정치인들의 주장이나 견해, 연설, 공약의 대부분 ‘거짓말’, ’사기‘라며 속지 말라고까지 했다. 실제로 과거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환경 문제에서 과학적 사실보다 정치적 신념에 치우진 나머지 산성비 절감 정책은 그의 임기 동안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지구 온난화가 중국이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려고 지어낸 말이라는 한 트럼프 대통령의 논리는 과학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과학적 증거보다 정치적 철학이나 신념에 고착돼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미세 먼지나 원전을 둘러싼 일련의 정책들이 그렇다. 제대로 된 통계나 자료, 증거들에 기반한 것인지 다시 묻게 된다. 연일 엄습하는 미세먼지의 공포는 미세먼지 감축 공약이 화려한 과학적 수사는 아닌 지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정부의 탈원전 고수 노선은 과학적 사실 왜곡이라는 전례로 남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린 뉴딜 정책(Green New Deal)을 주장하는 미국 환경운동가들 사이에서도 원전 폐쇄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모든 정치인이 처칠과 나폴레옹과 같은 과학적 식견을 가질 수는 없다. 과학적 사실 앞에서 포용의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다. 미세먼지나 원전과 같은 과학 정책에서 지도자의 실책은 임기 동안 국민의 신뢰를 잃는 것은 물론 미래 세대에까지 재앙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최상현 미래산업섹션 에디터 bon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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