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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흔들리는 조직문화, 중소벤처기업부에 미래는 없다
조직을 단결시키고 발전시키는 데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조직 문화’다. 조직 내에서 유유히 흐르고 있는 독특한 풍토나 분위기를 말한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구성원의 행동에 부지불식간 나타난다. 조직 문화가 순기능으로 발현될 경우 그 조직엔 활기가 넘치고 발전적인 성과물을 이끌어낼 수 있겠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오랜 시간 쌓아온 조직을 한 순간 와해시킬 수도 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역사와 전통이 가장 오래된 조직 중 하나가 바로 공무원 조직이다. 잘 짜여진 틀 안에 개개의 조직원이 톱니바퀴처럼 자연스럽게 끼어들어가 조직을 유지하고 발전시켜 왔다. 이른바 공직 문화다. 때문에 정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조직의 수장이 수차례 바뀌어도 이들의 공직 문화는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새로 부임한 기관장은 십수년에 걸친 정책의 기저를 흔들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자신의 전문 분야를 정책에 반영하며 발전을 가져왔다. 거대하고 방대한 공무에서 스스로 모든 정책과 사안을 완벽하게 파악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나머지는 공직자들의 조직 문화에 맡긴 것이다. 현명한 기관장일수록 수십여 개의 실국들이 살아있는 생물로서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고유의 업무를 개발하도록 독려했다.

출범 1년을 넘긴 중소벤처기업부가 흔들리고 있다. 갈수록 조직의 정체성이 모호해지면서 수평적 논의가 사라지고 수직적 의사결정이 판을 치는 모습이다. 


반평생을 오로지 중기정책을 개발하고 연구해온 현장실무의 수장격인 국장들의 의견이 무시되기 일쑤이고 장관의 재가를 위해 올린 정책들이 전면 수정되거나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실국의 정책들이 장관의 생각과 의지를 못 따라 온다는 이유에서다. 홍종학<사진> 중기부 장관이 회의 때 주로 하는 말이 ‘공부하라’는 말이라고 한다. 교수 출신의 장관이 학생들에게 자신의 입맛에 맞는 논문이나 리포트를 제출하라는 꾸지람으로 들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양 방향의 정책보다는 상의하달의 정책만이 소량으로 빛을 본다. 최저임금인상과 주휴수당 등 현 정부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데도 주무부처인 중기부가 현장의 문제점을 해소하는 실사구시 정책들을 좀처럼 쏟아내지 못하는 이유다.

장관이 모든 정책에 직접 관여하고 참견하는 것은 일견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와 생각으로만 정책을 꾸린다면 조직원들의 창의성을 도태시키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조직의 리더가 가장 경계해야할 실수 중 하나가 바로 ‘내가 항상 옳다’는 생각이다. 과거 최고 문명국가였던 중국을 19세기 영국이 역전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중국은 황제 1인의 명령에 좌우돼 그 창의성이 말라버렸으나 영국은 토론과 소통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내고 창의성을 끌어냈기 때문이었다.

소위 잘나가는 조직에는 차별화된 특성이 있다. 적극적인 권한 위임을 통해 리더의 역할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조직문화 전파의 핵심 주체로서 리더가 현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으며, 이는 책임과 자율에 기반해 리더가 조직원들에게 과감한 위임을 함으로써 가능하다. 단위 조직의 리더들은 자율적이고 유연한 리더십 발휘를 통해서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의지와 열정을 유도할 수 있다. 특히 부서간의 책임공방를 지양하고 팀워크를 강조함으로써 급변하는 사업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협력문화를 구축한다. 여기에는 각 담당 조직의 장으로 구성된 톱팀의 효율적인 소통과 팀워크 형성이 중요한 요인이다.

이처럼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구현하고자 한다면 먼저 상생과 소통을 강요하지 않을 수 없다. 소통은 상생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으로 조직이 발전키 위한 전제 조건이기도 하다.

홍 장관도 소통(?)을 강조한다. 부임 초 집무실을 회의실로 바꾸고 직원들의 출입이 자유롭게 사무실 한편에 커피머신도 가져다 놨다. 그러나 리더 자신이 권위주의와 우월주의를 벗어 버리지 않은 상태에서의 소통은, 달콤한 말만 앞세워 출세하려는 아첨꾼만을 양산할 뿐이다. 조직의 발전을 위한다면, 홍 장관은 집무실의 문을 열기에 앞서 조직원들을 향한 마음의 문과 귀를 먼저 열어야 할 것이다.

이권형 기자/kwonh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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