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윤재섭 선임기자의 금융톺아보기] 윤석헌의 인적쇄신이 금감원을 지켜줄까

-인적쇄신은 혁신 가속 위한 윤석헌 원장의 첫발

-하지만 조직 간 반목, 조직 불안정해 가시밭길 예고

-조직 영속화하려면 포퓰리즘도 경계해야
 


우여곡절 끝에 금융감독원이 부원장보 및 국장 인사를 마무리했다. ‘왜 내가 일선에서 물러나야 하느냐’ 며 용퇴 의사가 없음을분명히 했던 한 고위간부의 반발은 통하지 않았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인적쇄신이 혁신의 첫발인양, 애초 의도했던 대로 자신의 뜻을 관철했다. 일체의 굽힘이 없었다.

윤 원장은 임원의 3분의 1을 임기에 관계없이 교체했다. 본부 부국장 여럿을 곧바로 국장으로 승진시키는 파격인사도 단행했다. 

그 동안 본부 부국장은 지방자치단체 파견직이나 지방 분실장을 1~2년 간 맡은 뒤에야 본부 국장에 오를 수 있었다. 그래서 어쩌다가 부국장에서 본부 국장으로 승진하는 자가 나오기라도 하면 금감원에선 ‘발탁인사’라며 떠들썩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발탁 인사가 너무 많아서 뉴스가 되지 못했다. 인사 패러다임의 확실한 변화였다.

승진자가 많았지만 조직 내 분위기는 밝지 않다. 세대교체 인사에 가속이 붙었기 때문이다. 

국장 승진을 목 빠지게 기다리던 65년 이전 출생자 상당수가 꿈을 접고 뒷방 신세를 지게 됐다. 금융교육 교수직 등으로 물러난 고위간부가 50명에 육박한다. 

직업을 바꾸고 싶어도 이직의 길이 막혀 퇴직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천신만고 끝에 국장직을 유지한 64년생도 내년에는 보직을 기약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승진 대상에서 제외된 만 53세 이상 직원들은 ‘더 물러설 곳 없다’ 면서 절박한 심경을 토로한다. 팀장직 선임이 가능한 수석연구원(3급 직급 해당)들의 술렁임이 가장 크다. 내달 8일께로 알려진 팀장급 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일손을 잡지 못한다.

인사가 만사라지만, 만인을 위한 인사는 없다. 그래서 윤 원장의 결단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인사적체를 해소하고, ‘윤석헌 표’ 혁신을 위해서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거다. 

더욱이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지정’을 압박카드 삼아 ‘간부 비율을 줄이라’고 종용하고 있는 가운데 연간 예산은 2년째 삭감돼 젊은 조직원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어떻게든 탈출구가 필요했을 것이다.

물론 이번 인적 쇄신 인사의 큰 맥은 자기사람 심기다. 윤 원장 역시 ‘친정체제 구축’이란 인사 평에 굳이 토를 달지 않는다. 조직의 수장에게 있어 인사는 수중에 쥔 가장 확실한 권리임을 인정한다. 

자신의 철학을 이해하고, 자신의 손발이 돼 줄 사람을 중용하는 게 문제 될 리 없다고 보고 있다. ‘친정체제’라고 빗대면 질색하는여느 조직의 수장들과는 확실히 다른 면모를 보인다. 양식(良識) 있는 학자 출신답게 기풍(氣風)이 있다.

그러나 이번 인적 쇄신 인사가 금감원의 미래를 담보할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조직은 단단치 않다.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이 한데 뭉쳐 탄생한 금감원은 올해 출범 스무 해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조직원 간 반목이 적지 않다. 인사가 균형을 잃을 때마다,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이번 인사도 마찬가지였다. 

조직 간 갈등을 누그러트릴 의도로 자리바꿈한 이들이 있었고, 이것이 반발을 불렀다. ’경력세탁‘을 운운하면서 갈등은 쉽사리 봉합되지 않았다. 역대 금감원장들은 이런 문제를 해소할 의도로 순환보직제를 실시했다. 권역간 교차인사다. 

이를 테면 보험감독국 소속 직원을 은행감독국 직원으로 발령하는 식이었다. 이는 기존의 금융회사와의 유착고리를 끊기 위한 일환으로도 활용됐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타 권역으로 발령받은 직원 가운데 상당 수는 ’인사 고과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하소연 하는 등 오히려 반목을 키웠다. 

더 큰 실패는 전문성의 상실이다. 시니어들은 전문성을 살리지 못했고, 주니어들은 전문성을 키우지 못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금감원 조직이 전문가집단인가‘ 를 묻는 질문에 점점 호의적이지 않다. 금융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시장흐름에 후행 한다는 지적이 적잖다.

조직의 안정성도 떨어진다. 임원들은 임기가 있지만 임기를 지키지 못했다. 금감원장만 해도 그렇다. 금융위원장, 검찰총장처럼 법으로 3년 임기가 보장 돼 있지만 20년 역사상 임기를 채운 사람은 김종창 원장이 유일하다. 능력이 있든 없든 간에 정권이 바뀌면 원장은 교체됐다. 

인사권자의 마음에 들지 못 하면 ’일신 상의 문제‘ 를 이유로, 스스로 용퇴했다. 강제퇴임이 불가하니, 사퇴를 종용 받았으리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사례는 다르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선 최악이었다. 

최흥식, 김기식 원장이 잇따라 중도 낙마했고, 윤 원장이 세 번째로 바통을 이어받았다. 불과 1년 새 일어난 일이다. 

그래서 윤 원장도 임기 3년을 채우리란 보장은 없다. 원장이 바뀌면 후속 인사가 뒤따를 테니 아마도 그 땐 지금보다 더 큰 인사 소용돌이에 빠질 공산이 크다. 더구나 금감원은 매 정권마다 낙하산 인사에 의해 조직이 좌지우지되고 있다. 

지금도 원장과 수석부원장, 시장담당 부원장(금융투자부문)이 모두 외부 출신자다. 이런 형국이니, 조직의 안정성은 요원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같은 맥락에서 포퓰리즘 역시 경계해야 한다. 금감원은 정부 부처인 금융위원회의 권한 위임에 따라 금융회사의 재무 건전성 감독ㆍ검사를 주 목적으로 하는 무자본 특수(공)법인이다. 

하지만 최근 금융소비자를 보호한다는 구실로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와 통제를 강화하면서 금융위원회와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금융산업적 측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과도하게 시장가격에도 개입하고 있다. 추측하건대 새 정부의 통치철학에 발맞추기 위한 행보 같다. 

한국은행처럼 명시적으로정치적 중립을 견지할 것을 의무화한 기관이 아니니까, 그럴 수도 있다 싶다. 그러나 도가 지나치면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금융산업이 망가지면 건전성을 감독할 금융회사가 살아남을 수 없을뿐더러 경제의 축이 무너진다. 

공장이 문을 닫으면 실업자가 되는 이치와 같다. 당장 눈 앞의 인기에 연연하지 말고, 긴 안목을 갖고 금융회사가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끌고 나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금감원의 권한이고, 책임이다. 또 그 길이 금감원을 지키는 일이 될 것이다.

i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