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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자·해학의 아이콘 ‘방랑시인 김삿갓’…전설속 인물 아니었네

‘단종애사’가 절로 떠오르는 영월이지만, 군내 동쪽 끝자락에는 ‘방랑시인 김삿갓’의 존재감이 뚜렷하다.

비운의 시인 김삿갓의 묘가 있는 곳은 원래 영월군 하동면. 하지만 지난 2009년 아예 지명이 ‘김삿갓면’으로 바뀌었다. 살아서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으려 했던 그였지만, 이제는 원했든 원치 않았든 그가 묻힌 영월은 그를 지명으로까지 기억하려 애쓰고 있다.

본명 김병연, 호는 난고(蘭皐)인 김삿갓(1807~1863)은 조선의 세도가였던 안동 김씨 집안의 자손으로 태어났으나 조부인 김익순이 홍경래의 난을 막지못하며 투항해 역적이 되면서 집안이 몰락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몰랐던 그는 스무살때 향시에서 조부의 과오를 꾸짖는 글로 급제를 했으나 모친으로부터 전후 사정을 듣고 충격에 빠져 방랑길에 올랐다고 한다. 폐족의 자식이면서, 조상을 욕되게 한 자신은 하늘을 우러러볼 자격이 없어 커다란 삿갓을 쓰게 됐다고 알려졌다.

김삿갓의 묘지는 봉우리들이 겹겹이 둘러싼 강원도 산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양지바른 명당이다.

묘지를 등지고 바라보면 왼쪽이 태백산맥이 끝나는 곳이고, 오른쪽이 소백산맥이 시작되는 곳이라 ‘양백지단’으로 일컬어지며 볕이 잘든다. 또한 충청북도, 경상북도와 맞닿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방랑시인이 묻히기에는 더 할 나위 없어 보인다. 팔도를 떠돌며 촌철살인의 명시를 남겼던 김삿갓은 전남 화순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후 아들 익균이 부친의 유해를 영월에 이장했으나 김삿갓의 묘가 세상에 알려지기까지는 그 후로도 한세기가 넘게 걸렸다. 이를 찾아내는데는 향토사학자인 고 박영국 선생의 수고가 컸다고 한다.

김삿갓의 묘역 인근의 난고(蘭皐) 김삿갓 문학관에 들러보면 그의 천재성을 엿볼수 있는 시와, 그의 생애를 살펴볼 수 있다.

그의 묘소를 발견한 과정과, 그와 관련된 기사와 서책 등이 한곳에 모여 있고, 그의 뛰어난 시와 구전으로 전해오던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놓은 전시물 등도 흥미롭다. 김삿갓의 삶을 보여주는 일대기실, 김삿갓의 시대정신과 문학작품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난고문학실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일대기실에서는 김삿갓이 조부를 비판하는 글로 지었다는 실제 장원급제 시험지를 볼 수 있으며, 난고문학실에는 1939년 이응수 작의 김립시집 외 구한말에서 현대까지 다양한 서적, 간행물, 논문 잡지 등이 전시되어 있다. 그를 소재로 노래를 불렀던 가수 홍서범의 CD도 전시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김삿갓은 아직도 풍부한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매력적인 인물로 영월을 찾는 이들에게, 또 그의 일생과 글을 흠모하는 이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영월=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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