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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체육계 미투대책 봇물, 현실과 거리 멀어 실효성 의문
체육계 미투 대책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고 있다. 17일에는 여성가족부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가 참여해 ‘성폭력 등 인권침해 근절 대책 향후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앞서 대한체육회와 문체부가 별도의 근절책을 내놓은 바 있다. 16일에는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하는 긴급 토론회도 있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이후 체육계에 ‘나도 당했다’는 폭로가 이어지자 너무 많다싶을 정도로 너도 나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체육계의 은밀한 성 비위를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는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번 정부 대책만 해도 그렇다. 3개 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대책 방향을 밝힌 자리다. 한데 이렇다하게 손에 잡히는 내용은 잘 보이지 않는다. 체육단체나 협회, 구단 등의 종사자가 사건을 은폐 축소하면 징역형까지 처벌한다는 게 그 대표적이다. 당연히 엄벌에 처해야 할 사안이다. 하지만 처벌 강화는 일벌백계의 효과는 있을지언정 근본적인 대책은 못된다. 게다가 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데 생각처럼 신속하게 움직여줄지도 미지수다.

피해자가 두려움없이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익명의 창구를 마련하는 건 그나마 여성부다운 발상이다. 부처간 협력과 경찰 전문 수사팀 구성 등도 현실성이 있는 방안이라 할만하다. 하지만 이 역시 체육계의 속성으로 미뤄 볼 때 효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나머지 상당부분도 향후 검토나 추진 등의 구름잡는 내용들이다. 오죽하면 체육관련 시민단체 관계자가 ‘기존 대책을 복사해 붙여넣기 한 느낌’이라고 비판했을까. 내달 정부가 전문가 및 현장 의견을 수렴해 실질적이고 현장 적용 가능한 종합 대책 및 쇄신방안을 내놓는다니 한가닥 기대를 걸어볼 뿐이다.

국가인권위는 2008년에 운동선수 인권상황 신태조사를 해 보니 60% 이상이 성적 인권을 침해 피해를 입었고, 관련 가이드 라인도 제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도 결국 달라진 건 하나 없이 판에 박은 대책만 난무하고 있다. 법과 제도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체육계의 못된 습성이 뿌리 뽑히지 않는다는 얘기다. 오직 운동밖에 모르는 체육 선수 육성 행태, 선수선발의 공정성, 메달 위주 성적 지상주의, 고착화된 체육계 파벌주의 등의 혁신이 전제될 때 비로소 근절이 가능하다. 이같은 관점에서 체육계를 혁신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10년 후에도 같은 소리를 반복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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