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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미세먼지 줄이려면 우리도 ESG 투자철학을
글로벌 석유기업인 로열더치쉘(Royal Dutch Shell)은 지난 해 말 2020년부터 탄소배출 절감목표제 시행계획을 밝혔다. 눈길을 끄는 점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이를 최고경영자 보수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한 부분이다.

그동안 거대 석유기업들은 지구온난화 문제 대응에 미온적이었다. 심지어 지구온난화 문제를 제기하는 환경단체 등에 맞서는 곳에 자금지원을 하기까지 했었다. 획기적인 태도변화다.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은 기관투자자들이었다. 2017년 주주단체들이 쉘에게 탄소배출 절감목표제 도입을 요구했을 때 주주의 6%만이 이를 지지했었다. 하지만 2018년에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주주단체들의 손을 잡았다. 쉘의 굴복을 받아낸 ‘기후행동(Climate Action) 100+’에 참가한 투자자들의 운용자산만 32조 달러에 달한다.

수익률이 가장 중요한 기관투자자들이 왜 갑자기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돈이다.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 문제는 이들 기관이 투자하는 다른 기업들의 실적에 영향을 미친다. 일례로 지구온난화로 농작물 작황이 타격을 받게 된다. 이상기후로 재해와 사고가 늘어나면 보험사와 재보험사들의 경영위험이 커진다.

2015년 아비바(AVIVA)에서 발간한 보고서 ‘무대책의 비용(The cost of inactions)’을 보면 금세기 말까지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최소 4조2000억 달러에서 최대 43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장기적 안목이 필요한 연금운용자들은 간과하기 어려운 규모의 위험이다.

2017년 엑손모빌 주주총회에서는 블랙록을 비롯한 60%의 주주들이 이사회에 맞서 기후변화 관련 정책수정을 압박했다. 심지어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그들이 투자한 은행들의 여신정책에도 기후변화 노력에 대한 평가를 압박하기도 한다. 인도나 중국 등 환경문제에 둔감한 기업들에 대해서는 보유주식매각과 투자회수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금융 및 투자시장에서 미세먼지는 아직도 ‘수혜주’ 중심의 접근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이른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 오래다. 국내에서는 지배구조에 대한 주목도는 높지만, 환경과 사회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다.

우리나라는 이젠 거의 1년 내내 미세먼지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중국의 오른편에 위치한 숙명이다. 중국 경제발전의 수혜를 가장 많이 본 나라여서일까, 부작용의 폐해도 집중되는 듯하다. 전화위복이다. 어찌되었건 우리나라의 공기청정 산업이 꽤 발달하는 계기가 됐다.

달리 보면 미세먼지는 환경 문제가 단순히 걱정 많은 일부 단체들의 호들갑이 아닌 보편적 생존의 문제임을 실감하게 한 계기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 코드십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이왕에 논의 할 때 지배구조 뿐 아니라 환경과 사회에 대한 기업의 책임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다뤘으면 싶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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