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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진미윤 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주거복지의 사회적 리프트 효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2018년 6월 발간한 ‘끊어진 사회적 엘리베이터, 사회적 이동성을 어떻게 촉진할 수 있을 것인가’(A Broken Social Elevator? How to Promote Social Mobility)는 불평등의 글로벌화에 대응한 4번째 시리즈 보고서이다. OECD 국가의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90%를 차지하는 소득 불평등 구조는 25년 전에 비해 7배나 악화되었다. 불평등은 자원이 고르게 배분되지 못한 상황으로, 기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자녀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더 나은 소득, 교육, 건강, 직업, 주거를 향유할 수 있는 세대 간 이동뿐 아니라 한 세대 내에서도 더 나은 여건으로의 이동을 어렵게 한다.

유럽중앙은행(CEB)은 2017년 12월 ‘유럽의 주거 불평등’ 문제를 다루며, 주거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의 원인이지만, 주거 불평등은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키며 교육, 보건의료, 일자리 불평등으로 파급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자원이 부족한 저소득층은 높은 주거비 부담, 과밀, 열악한 시설 수준에서 거주하는 주거 불평등 계층이다. 이들은 교육, 보건의료, 안전, 여가, 문화 등 생활환경이 더 취약한 동네로 내몰려 공간 불평등과 동네 차별 문제도 겪고 있다. 주택을 소유하지 못한 가구는 부모로부터 주택자산도 물려받지 못해 세대 간 주택자산 불평등도 심화되고 있다.

이 두 보고서가 제시한 불평등의 해법은 정부의 복지지출 확대와 공공부문의 역할 강화로 사회투자를 늘리자는 것이다. OECD는 경제 성장의 성공 척도는 웰빙이며, 사람 중심의 성장 모델(people-centred growth model)의 개발을 촉구했다. 누구나에게 공정한 기회의 제공과 형평적 배려로 사회적 이동성을 높이도록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 포용성장(inclusive growth)을 보다 촉진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유럽중앙은행은 양질의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을 확대해야 할 뿐 아니라 여가, 문화, 교육, 일자리 지원 등 다양한 주거 서비스를 병행 지원하여 공동체 의식을 되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10여 년간의 지속적인 투자 확대로 10년 이상 장기공공임대주택은 2017년말 136만6000호에 이른다. 아직 전체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8%로 OECD 국가의 평균 수준인 8~9%에 비해 낮지만 절대 규모면에서는 프랑스, 영국, 일본, 네덜란드, 독일에 이어 세계 6위이다. 주거급여도 2018년 10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로 수급자가 105만 가구로 늘었다. 그러나 GDP 대비 정부의 주거복지 지출 규모를 비교해 보면, OECD 국가(2015년)의 평균 0.42%(공공임대 0.1%, 주거급여 0.32%), 유럽 국가(2015년)의 평균 0.66%(공공임대 0.16%, 주거급여 0.5%) 보다 매우 낮은 0.16%(공공임대 0.1%, 주거급여 0.06%)에 불과하다.

주거복지 투자는 개인적 차원에서는 주거비를 줄여 가처분 소득을 늘린다. 국가적으로는 가처분 소득 증가에 따른 소비 진작 효과가 있으며, 특히 소득 불평등도인 지니 계수를 낮춰 소득 재분배에도 기여한다. 공공임대주택의 공급과 연계한 다양한 주거 서비스의 체계적이고 통합된 지원은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로 사회적 이동성을 높인다. 이것은 실증적으로도 북유럽 복지국가를 주거복지 강국으로 만든 성과이기도 하다. 유럽 복지국가의 황금기(1950년~1970년대 중반), 공공임대주택은 사회적 엘리베이터였다. 경제성장의 과실과 부의 분배가 공공임대주택을 통해 사회적 리프트 효과(social elevator effect)를 낳았다.

우리나라는 지금 불평등 심화와 제반 사회적 위험과 위기 속에서 계층간 사회적 이동성이 점차 둔화되고 있다. 주거복지를 양적으로 확대하면서도 주거 서비스로 인적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범 부처별 자원을 한데 모아 통합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 사람중심의 포용적 주거복지 모델을 보다 면밀히 통합 설계하고 세대간 세대내 사회적 엘리베이터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주거복지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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