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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엄마의 밥상

저녁에 방송되는 한 TV프로그램의 코너 중에 ‘엄마의 밥상’이라는 것이 있다. 외딴 섬이나, 깊은 산골, 찬바람 부는 바닷가 마을에서 주름 깊게 패인 얼굴로 살아가는 어머니들이, 이제는 장성해 타지에서 살고 있는 아들, 딸을 위해 갖은 솜씨를 다 발휘해 음식을 만들면 PD가 이를 자녀에게 전해준다. 자식들은 엄마의 밥상을 받아들고는 먼저 놀라고, 또 그 음식에서 전해오는 엄마의 따스한 마음에 눈물을 쏟을 수 밖에 없다.

그때는 왜 그리도 어렵고 못먹고 못입고 살아야 했는지…. 쪼들리는 살림에도 아이들은 많아 배불리 먹이지 못했고, 그런 형편을 일찌감치 간파한 아이들은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렸다. 아궁이에 불을 지펴 음식을 만드는 내내 어머니들이 털어놓는 이런 이야기들은 듣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한다. 없는 형편에 사력을 다해 아이들을 무탈하게 키워낸 것만으로도 박수받아 마땅한 어머니들. 하지만 그들은 스스로 죄인처럼 살아간다. 그 시절 따뜻이 못입히고 배불리 못먹인 한을 평생 주홍글씨처럼 가슴에 새긴 채…. 백이면 백, 다 그랬다.

어머니와 자식, 부모와 자식은 그런 관계일 것이다.

가진 걸 다 주고 싶고 못 가져서 제대로 못해주면 천추의 한이 되는게 어머니였고, 어떤 어리광도 어머니는 받아줄거라 생각하지만 또 그런걸 못해주는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릴줄 아는 것이 자식이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해 점차 가족이란 공동체적 의미는퇴색해가고 있다. 개인화를 넘어 해체되어가고 있다해도 평범한 부모 자식간의 정(情)은 그무엇보다 끈끈하고 강하다.

그렇게 믿고 싶다.

최근 새벽에 소변을 못가린 아이가 자신을 깨웠다고 벌을 세웠던 엄마가, 아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붙잡혔다. 진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알려진 내용만으로도 충격적이다. 자식이 소변을 옷에 적시고 새벽에 피곤한 엄마를 깨운 것이 밤새 벌을 서야할 잘못이었나. 엄동설한 차디찬 화장실에서 시들어간 아이는 겨우 네살이었다. 너무나 안타깝다.

김성진 선임기자/withyj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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