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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4차산업혁명과 90년대생
아이를 키우다보면 동창이나 또래 지인들을 만나면 으레 얘깃거리는 교육으로 시작해 교육으로 끝나곤 한다. 유행하는 건강 트렌드나 몸 담고 있는 업계 얘기도 흘러나오지만 마무리는 아이를 어떻게 키우느냐고 매듭지어지게 마련이다. 저마다 아이들 교육현장에서 경험하는 기막힌 얘기를 풀어놓고 맞장구를 치다보면 저절로 열이 올라, 결국 ‘이 나라 교육은 바뀌는 게 없다’며 한바탕 성토로 이어진 뒤, 각자도생 밖에 없다는 식으로 마무리되곤 한다. 아이들은 부모들이 만날 때마다 그렇게 저희들을 놓고 열을 올리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저들대로 쑥쑥 컸다. 그렇게 십수년간 알아온 지인의 경우엔 아이 얼굴은 몰라도 코흘리개적부터 어엿한 성인이 된 과정의 궤적을 대강은 꿸 수 있을 정도가 된다.

그런 아이들이 자라 이젠 사회진출을 앞둔 경우가 많다보니 자연 화제는 취업으로 옮아간다. 한 해를 마무리하느라 모인 자리에서도 얘기는 단연 취업이었다. 그 중 대기업 취업의 관문이랄 인적성시험이 도마에 올랐다. A양은 열심히 시험을 치렀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A 양의 엄마는 대입시같은 이런 시험이 4차산업혁명시대에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흥분했다.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모전자에 입사한 B군의 엄마는 좋은 내색을 보이지 않으려 애쓰는게 역력했다. 다들 B군의 비밀병기가 궁금했지만 시원한 대답은 듣지 못했다. B군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만화광이었기 때문에 더 의아해했다.

그 중 압권은 모 금융그룹에 취직한 C양의 얘기였다. 학점관리를 하면서 학교생활을 착실히해온 그녀는 나름 취직준비를 열심히 했지만 낙방의 고배를 몇 차례 마시고 주저앉았다. 의기소침해 있던 그녀는 올해 재도전 끝에 당당히 알만한 금융그룹에 취직했다. 갑자기 세상이 환해지고 어깨가 활짝 펴지며, 발걸음도 가벼웠다. 그동안 밥 사주고 커피값 대줬던 친구들을 만나 한턱 쏘기도 했다. 문제는 그녀가 재테크 상담 실습차 유튜버를 만난 데 있었다. 유튜브의 세계와 콘텐츠를 만드는 법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조심스럽게 한달 수입을 물은 그녀는 얼굴이 하해졌다. 얽매임 없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수입도 자신보다 훨씬 낫게 버는 세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그녀는 그로부터 며칠 뒤 사표를 냈다. 바늘구멍 같다는 취업전선을 통과했지만 그녀는 거기서 자신이 행복할 거란 생각을 할 수 없었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걸 찾아 유튜버가 되기로 결심했다.

지금 사회에 진출하는 이들은 90년대생들이다. 깨어있는 세대 중 하나였던 이들의 자녀들이다. 비교적 다른 세대에 비해 경제적 어려움 없이 자랐으며, 모바일네이티브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은 무슨 일에서든 재미를 우선한다. 의미있는 일이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이다. 조직보다는 ‘나’ 중심적인 것도 다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우리 사회는 아직 90년대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기업에선 벌써부터 세대갈등 얘기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 역시 유독 20대 남성들과 불화한 상태다. 외면받는 이유를 알려면 이들에 대한 공부는 필수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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