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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꺾인 카풀의 꿈…스마트 모빌리티 잔혹사
카카오, ‘카풀서비스’ 연기 “택시업계 협업여지 있음에도 무리한 요구” 비판
정치권 조정능력 없고 기득권 편…검경·지자체 압박에 ‘스마트 모빌리티’ 불모지
 

택시업계가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풀서비스 출시에 반발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카카오’도 결국 넘지 못하는 것인가? 카카오 모빌리티가 카풀 정식 서비스 일정을 연기하기로 결정하면서 한국에선 스마트 모빌리티가 불가능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카카오는 17일 카풀서비스의 본격 시행을 준비했다. 그러나 지난 10일 국회 앞에서 택시기사 최모(57) 씨가 카풀 서비스에 항의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택시업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고, 국회는 택시업계가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20일까지 양측이 합의하라며 뒤로 빠졌다.

카카오 모빌리티 측은 “택시기사들은 물론 이용자와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더욱 경청하고 반영하기 위해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택시업계는 단순한 연기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 연합회 측은 “우리의 요구는 카풀서비스를 단순히 연기하는 게 아니라 아예 철회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현재 ‘택시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4개 단체가 카카오 등 스마트 모빌리티산업과 각각 협업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음에도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택시회사에 소속해 사납금을 내며 일하는 노동자모임인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택노련·한국노총),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민택노련·민주노총)은 택시회사 소속이 아닌 스마트 모빌리티 회사와 협업을 할 경우 사납금 등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며 운수사업에 종사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

또 개인택시 사업자모임인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위해선 정부가 택시 면허를 매입하고 연금 형태로 보상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국 택시 회사 모임인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스마트 모빌리티 회사와 협업해 빈차로 배회하는 비율을 낮출 수 있는 방안 등이 있다.

스타트업 업계는 택시업계의 반발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정치권이 갈등 조정 능력을 상실한 채 기존 이익단체의 편을 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는 카풀을 아예 금지하는 ‘여객자동자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가 다수 올라와 있다.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의 대표발의안과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 대표발의안,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 대표발의안 등이다.

황 의원은 “택시사업의 어려움이 사회적 문제가 돼 택시 감차가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 카풀을 허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행 합법인)출퇴근 때 승용차를 유상으로 함께 타는 경우를 금지사항에 포함함으로써 택시사업의 불황 해결에 기여하자”고 했다. 이 의원은 “(카풀 스타트업) ‘풀러스’, ‘럭시’를 비롯해 ‘우버셰어’에 이르기까지 카풀을 표방한 앱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불법 유상운송 알선행위가 무분별하게 확대돼 택시운수종사자의 생존권마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며 카풀이 가능한 ‘출·퇴근 시간대’를 명확하게 해 카풀 앱 업체의 자가용 유상운송 알선행위를 금지시키자고 했다. 문 의원 역시 ‘출·퇴근 때’를 명확하게 규정해 법률 해석상의 혼란을 방지하자고 했다.

그러나 국회의 이런 움직임은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한다. 미국의 승차공유 플랫폼 ‘우버’는 내년 초 상장할 예정으로 기업가치가 135조원에 달한다. 미국 3대 양산차업체 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몸값이 비싸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동남아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나오게 한 인도네시아의 차량호출 서비스 ‘그랩’은 12조4000억원의 기업가치로 평가받는다.

한편 우버는 2013년 8월 한국에 진출했으나 역시나 당시에도 택시업계의 반발을 못 이기고 서울시와 검찰의 수사를 받은 끝에 2015년 3월 한국에서 철수했다. 승차공유 스타트업 ‘모두의 셔틀’ 은 서울시의 단속을 받았고, 차량공유서비스 스타트업 ‘차차’ 역시 국토교통부로부터 불법 판단을 받았다. 카풀앱 업체 ‘럭시’는 경찰 압수수색을 당했고, 경찰은 여객운수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럭시 카풀 드라이버 80여명을 입건했다. 또 다른 카풀서비스 스타트업 ‘풀러스’ 역시 택시업계의 반발을 못 이기고 대표가 사임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jin1@heraldcorp.com

<카카오 vs 택시업계 갈등 일지>

2018년 2월 14일 카카오, 카풀 스타트업 ‘럭시‘ 252억원 인수

2018년 10월 16일 카카오, 카풀 드라이버 앱 출시 및 드라이버 모집

2018년 10월 18일 택시업계, 24시간 파업 및 서울 도심 ‘저속운행’ 시위

2018년 11월 9일 카카오 모빌리티 정주환 대표, 강신표 전택노련-구수영 민택노련 면담, 합의안 도출 실패

2018년 11월 22일 택시업계, 카카오모빌리티 사옥 및 국회 앞 시위

2018년 12월 7일 카카오, 카풀 시범 서비스 시행, 17일 정식 서비스 시행 예고

2018년 12월 10일 택시기사 최모씨 분신 사망

2018년 12월 13일 카카오, 카풀 서비스 무기한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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