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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풀반대’ 택시기사 “TNT로 국회 파괴”…‘거짓투서’에 공권력 낭비 논란
“특수부대 전우 2700명 집결” 메모
“술취해 격분” 택시기사 사과 요청


‘카풀 반대’를 주장하며 “국회를 파괴하겠다”는 메모를 남긴 60대 남성이 경찰 조사에서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감정이 격해서 썼다”고 밝혔다. 메모에 남겼던 내용 상당수는 허위이거나 부풀려진 내용이었다.

13일 서울 강북경찰서에 따르면 개인택시기사 안모(65) 씨의 신병을 확보하고 자택을 확인했지만 별다른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안 씨는 지난 11일 오후 11시께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북서울 꿈의 숲에 ‘일 낼 사람입니다. 주우신 분은 관공서에 전화해 주세요’라는 4장 분량의 메모지를 남겼다. 메모지에는 “우리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피나는 훈련을 겪어온 전우고, 누구보다 힘든 특전부대 전우”라는 내용이 담겼다.

안 씨는 메모지를 통해서 “택시 기사 자살이 생긴다는 것은 가슴이 아프다”면서 “(국회 앞에) 특수부대 전역자 결집추진체 2700명 결집이 예상(된다)”면서 “국회 파괴, TNT(폭탄) 보유, 폭파병 결집ㆍ전시체제로 예상(된다). 터지면 막기 힘들다. 최고내란”이라고 주장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최근 국회 앞에서 분신한 최모(57) 씨와의 연관관계를 두고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공원에 설치된 CCTV를 확인했고, 지문 감식을 통해 안 씨의 신원을 확보. 성북구에 위치한 그의 자택에서 신병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안 씨가 편지에 남긴 내용들은 실제 상황과는 달랐다. 안 씨는 최 씨와 사전에 알고 지냈던 사이가 아니었고, TNT폭탄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도 아니었다. 안 씨는 메모지에서 특수부대 출신임을 주장했지만 사병으로 군 복무를 마친 경우였다. 실제 공수부대에 근무하긴 했지만, 특수임무에 종사하는 부사관 요원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안씨가) 동료들과 술을 마시며 카카오 카풀 관련 얘기를 한 후 귀가해서 ‘카카오 카풀’ 앱 시행에 항의하는 취지로 (메모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안 씨가) 감정이 격해져 심정을 글로 작성한 것일 뿐이라며 국회를 폭파하겠다는 것이 진심도 아니고, 폭발물은 소지하고 있지 않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거짓 투서’의 진위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날 강북경찰서 강력계와 번3동 파출소 경찰관들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별다른 혐의점이 확보되지 못한 상황이어서 사건은 해프닝으로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릇된 투서로 필요한 곳에 투입될 공권력이 낭비된 셈이다.

한 경찰관은 “잘못된 신고임이 확인되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허탈감도 든다”면서 “연말에는 음주운전, 교통사고 등과 같은 잘못된 신고도 많이 접수되는 편”이라고 하소연했다.

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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