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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노원구의 돌봄실험’이 기대되는 이유
지난 달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10단지 아파트 1층에 ‘아이휴센터’가 문을 열었다. 초등학생 1~6학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이곳은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노원구청이 18평형(60㎡) 규모의 아파트 1층 집을 전세로 얻어 개조했다.

돌봄교사 3명이 오후 1시부터 8시까지 교대로 근무한다. 함께 놀고 간식을 챙겨주고 시간에 맞춰 학원에도 보낸다. 현재는 시범기간이라 월 5만~6만원 정도의 간식비만 학부모가 부담한다. 현재 23명의 초등학생이 이곳에 다닌다. 학부모도 아이들도 모두 만족하고 있다.

해마다 쏟아지는 현실성 없는 저출산 대책에 한숨을 쉬다가 아이휴센터 소식에 ‘이제야 제대로 된 대책이 나왔나’ 싶은 생각이 든다. 정부는 지난 12년 간 저출산 대책에 무려 120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는 돈도 돈이지만, 믿고 맡길 곳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해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아동 학대사건이 뉴스를 장식한다.

소위 ‘괜찮다’고 불리는 곳은 대기자만 수십명에 달한다. 국공립어린이집은 나이가 어릴수록 들어가기가 어렵고, 국공립유치원은 종일반이 안되는데다 셔틀버스 운행을 하지 않아 맞벌이 부부들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다. 아이돌보미를 쓰려해도 막상 필요한 시간엔 사람이 몰려 돌보미를 구하기 어렵다. 연말이면 예산 문제로 갑자기 돌보미 지원이 안되는 황당한 경우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저출산이 심각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추첨을 통해 유치원에 들어가기는 여전히 어렵다. 그나마 올해는 폐원을 추진하는 유치원이 늘어나 정부 지원금을 받고 유치원에 가는 것 마저 어려워졌다. 유치원을 대체하는 놀이학교나 영어유치원, 사설학원 등이 더욱 늘어남에 따라 학부모들의 비용 부담만 늘어날 전망이다.

더욱이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오후 1~2시 이후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 지난해 2~3월 신학기에만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여성 1만5841명이 퇴사한 이유다. 이런 일들은 지난 10여년 간 반복되고 있지만, 저출산 대책은 모두 ‘얼마 지급’이 대세다.

저출산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가임여성 1명당 1.052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올해 합계출산율은 사상 처음 0.9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세계 최저 수준이다.

노원구의 아이휴센터가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초등 돌봄공백을 메꿀 제대로 된 정책이라는 점이다. 아이들은 믿을 만한 돌봄교사가 간식을 챙겨주고 또래 친구들과 놀거나 학원에도 갈 수 있어 즐겁다. 맞벌이 부부들은 초등학교 하교 후 별도로 사람을 쓰지 않고도 안심하고 내 아이를 맡길 수 있다. 노원구의 돌봄실험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길 기원한다. 

장연주 사회섹션 시청팀 차장/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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