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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방이듬, 상식을 초월한 계간지 ‘페이퍼이듬’ 출간…독자ㆍ작가 벽 허물어
-200여 독자들, 출간자금 지원
-국내외 시인들 작품 및 미술 관련 내용 등 풍부하게 담아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한국의 ‘레 드 마고’(프랑스 유명 철학자, 예술가의 단골 카페)로 불리는 김이듬 시인의 ‘책방이듬’에서 책방 손님과 독자, 작가가 함께 만든 독립 계간기 ‘페이퍼이듬’을 출간했다. 

‘페이퍼이듬’은 탄생부터 모든 경계와 상식을 초월했다. 기존의 문예지와는 달리, 창간비용부터 철저하게 독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됐다. ‘책방이듬’을 찾는 손님들과 시와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 200여 명이 1만원부터 10만원까지 십시일반 출간자금을 보탰다. 제주에서 파주까지, 국내는 물론이고 멀리 인도네시아, 미국, 독일, 슬로베니아까지 독립문예지를 갈구하는 이들이 손길을 보내왔다. 사전구매 형식으로, 이미 발간 전에 잡지 출간비용이 마련되는 기적이 연출됐다.
‘페이퍼이듬’은 외부로부터 어떤 지원도 받지 않는 독립적인 잡지이기도 하지만, 작고 조용한 혁명적 문화 공동체인 ‘책방이듬’의 정신인 상호의존적 성격을 표방하는 국내 최초의 유일무이한 잡지이기도 하다. 작가와 독자, 번역자와 작가, 현지의 문학과 이산의 문학, 책방지기와 책방 손님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다독이며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 상호의존적으로 스테판 말라르메가 말한 시라는 ‘오지의 건축물’에 같이 기거하며, 불모의 현실에서 그 건축물의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책은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국내 시인들의 작품이 작가의 ‘명성’이나 ‘등단ㆍ비등단 여부와 상관없이 가나다 순으로 배열되어 있다. 2부는 ‘사이의 시인들’ 편으로,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김이듬 시인이 2016년 미국작가대회에 참가해 만났던 미국계 한국시인, 한국계 미국시인들의 신작시를 실었다. 경계에 서서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유령처럼 떠도는 그들의 사이질은 최치완 시 ‘초상화 기법과 지우기 기법’에서 ‘지운다는 것은 종종 편집이 되기도 한다. 

2부 ‘사이의 시인들’편은 다른 문학잡지와 변별되는 특별한 기획으로, “내년 봄호에는 중국의 중견 시인, 여름호에는 호주의 젊은 시인, 가을호에는 일본 현역 시인, 겨울호에는 독일의 시인들을 소개하며, 현재의 시제 속에서 경계 없이 우주를 떠돌아다니는 행성처럼 전세계 작가들과 호흡을 나누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3부, 4부에는 초단편소설과 에세이를, 5부에서는 ‘여기 사람이 있다’라는 고정 코너로 책방손님을 또다른 책방손님이 인터뷰하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편집위원으로는 여성 시인(김이듬, 김효은, 이문숙) 세 명이 흰 잉크로 쓴 여성적 글쓰기를 넘어서 독자들과 책방손님들의 핏방울이 담긴 ‘피의 잉크’를 찍어서 주체적으로 기획하고 디자인하면서 책 발간을 주도했다. 특히 작품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일단 작가의 ‘명성’이나 ‘등단’ 여부는 철저히 배제했다. 응모한 작품을 토대로 엄격한 심사를 통해, 만장일치가 되는 작품만을 지면에 게재했다. 이렇게 선별된 작가 중에는 정식 등단하지 않은 낯선 이름도 적지 않다. 

‘페이퍼이듬’에는 다양한 미술작품과 사진 작품도 실려 있다. 각 부분을 구획하는 앞면에는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있는 위성환의 사진 작품을, ‘페이퍼뮤지엄’에는 스페인 화가 헤수스수스의 미술 작품을, ‘이듬갤러리’에는 국내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페이퍼이듬’은 1년에 네 차례 계간지로 발간될 계획이며, 봄호 원고 마감은 1월 31일까지이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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