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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넓고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웅열 회장의 용단
이웅열 코오롱 회장의 전격 퇴진이 던지는 울림이 넓고 깊다. 무엇보다 “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로운 창업의 길을 가겠다”는 선언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는 퇴진 서신을 통해 “앞으로 그룹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고, “그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코오롱 밖에서 펼쳐 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스스로 ‘금수저’였음을 인정하고 모든 걸 내려놓겠다는 게 그 전제다. 그리고 회사 현관을 나서는 순간, 기다리는 것은 비바람 몰아치는 황량한 벌판 뿐이란 걸 이 회장이 모를리 없다. 그러나 그는 “부딪치고 넘어지면 또 일어나겠다”며 기꺼이 그 길을 선택했다. 퇴진서신 언급처럼 “시불가실(時不可失), 지금이 아니면 새로운 도전의 용기를 내지 못할 것”이란 게 그 이유다. 이 회장의 과감한 용단에 박수를 보낸다.

그의 퇴진은 특권과 기득권을 걷어내고 예비 창업자 신분으로 돌아 선 한 대기업 오너 이상의 의미가 있다. 우선 그룹 내부적으로는 그가 천명한대로 변화와 혁신을 일깨우는 충분한 계기가 될 것이다. 어쩌면 이 회장이 퇴진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이미 코오롱은 최근 몇 년간 젊은 피를 수혈하며 세대 교체를 진행해 왔다. 이제 그들이 일선에서 그룹의 변화를 주도하며 회사의 미래를 열어갈 차례다. 이들의 행보에 자칫 자신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비켜서며 길을 터준 것이다.

재계에 던지는 시사점도 상당하다. 이 회장의 나이는 올해 62세다. 100세 시대, 특히 대기업 오너 회장으로선 상대적으로 젊은 축에 속한다. 아직은 한창 일할 때다. 우리 재계의 관행으로 보면 당연한 일이다.하지만 이 회장 생각은 달랐다. 자신이 소유한 기업이라도 한없이 눌러 앉다보면 종국에 득보다 실이 많아진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달콤한 기득권에 사로잡혀 안주하면 변화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 결과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그런 점에서 이 회장의 퇴진은 선대 고(故) 이동찬 회장이 걸었던 길과 유사하다. 이동찬 회장은 “21세기 새로운 사업은 새로운 세대가 맡아야 한다”며 1996년 경영 일선에서 홀연히 물러났다. 이후 코오롱은 과감한 혁신과 구조조정으로 외환위기의 넘어섰고, 발전의 새 전기를 마련한 바 있다.

이 회장이 선언한 ‘창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제 이 회장은 자신이 20여년간 터득한 기업가 정신을 밑천으로 누구도 밟지 않은 길로 들어선다는 사실이다. 그 흔적 하나하나가 우리 기업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향후 그의 행보에도 거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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