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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바이오팜 뇌전증 신약, 美시장 첫 직접판매 성공할까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SK바이오팜 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신약 개발 실험을 하고 있다. [제공=SK바이오팜]
美FDA에 판매허가 신청서 제출
기술수출 아닌 독자판매 도전
2020년 상반기에 출시 가능성
승인땐 글로벌 신약강국 교두보

SK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중 최초로 독자개발한 뇌전증(간질) 신약이 세계 최대 바이오·제약시장이자 글로벌 바이오기업들의 격전지인 미국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글로벌 투자형 지주회사 SK(주)의 자회사인 SK바이오팜(대표이사 사장 조정우)은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 세노바메이트(Cenobamate)의 신약 판매허가 신청서를 美FDA(식품의약국)에 제출했다고 26일 밝혔다.

국내 기업이 독자 개발한 혁신 신약을 기술 수출하지 않고 FDA에 NDA(제약업계에서 신약판매허가 신청을 의미)를 제출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세노바메이트는 최고 수준의 기술과 전문성이 필요한 중추신경계 난치성 질환 치료제로 FDA 판매 허가를 받게 되면 2020년 상반기 내 미국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팜이 이번에 기술수출이 아닌 美FDA NDA 신청한 것은 국내제약·바이오업계에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국내의 많은 제약사들이 임상 초기 단계에서조차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을 하고 있는데 이는 신약 개발을 해도 국내제약사의 인지도나 판매망의 한계로 인해 부득이하게 글로벌제약사를 통해 활로를 확보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수출은 투자리스크는 줄어드나 대부분의 수익은 파트너업체와 나눠 갖게 되는 한계가 있다. 이와 달리 자체 판매까지 진행할 경우 신약이 창출하는 모든 가치를 향유할 수 있으며 영업이익률도 50%이상으로 올라가게 된다. SK바이오팜의 NDA신청은 글로벌 그룹인 SK의 자신감에 있다. 혁신신약 개발에 모든 역량을 투자하고 현지 직접 판매망 구축을 통해 그간 유럽·미국 제약사들이 점령한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신약주권’ 달성을 통한 국가 위상 제고도 동시에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SK바이오팜은 북미·유럽·아시아·중남미 등에서 24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법인인 SK라이프사이언스(SK Life Science, Inc.)를 통해 NDA를 제출했다. ‘부분발작(Partial onset seizure)’을 보이는 뇌전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다수의 기관에서 두 번에 걸쳐 위약 대조 임상 2상 효능 시험과 대규모 장기 임상 3상 안전성 시험 등을 진행했다.

뇌전증이란 뇌 특정 부위에 있는 신경 세포가 흥분해 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지금까지 많은 뇌전증 치료제가 시판됐지만 뇌전증 환자 가운데 절반 이상은 여전히 발작 증상으로 고통받고 있어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요구가 크다.

뇌전증 환자수는 미국에서 약 340만여명 정이며 전 세계적으로는 약 6500만명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통계)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약 14만여명이(건강보험정책연구원, 2013년 통계) 이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글로벌 데이터(Global Data)에 따르면 전세계 뇌전증 치료제 시장은 2018년 현재 약 62억불로, 이 중에서 미국 시장은 약 77%를 차지하는 48억불 수준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2022년까지 약 69억 달러(약 7조 원) 규모로 성장해 2018년 대비 12% 정도 성장할 전망이다.

1993년 신약개발 시작 이후 중추신경계 질환 신약 개발에 주력해온 SK는 성공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최태원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장기간 지속적인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에는 신약 개발 조직을 지주회사 직속으로 두고 그룹 차원에서 투자와 연구를 진행해 왔다. SK바이오팜은 국내 최다인 16개 신약후보 물질의 임상 시험 승인(IND, Investigational New Drug)을 FDA로부터 확보했으며 작년 12월 美 Jazz社와 공동 개발한 수면장애 신약 솔리암페톨(Solriamfetol) 역시 FDA에 NDA를 제출한 상태다.

바이오·제약을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SK(주)는 SK바이오텍을 중심으로 한 원료의약품 생산 사업에도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작년 SK바이오텍 아일랜드 공장 인수에 이어 지난 7월에는 美CDMO(위탁개발 및 생산업체) 앰팩(AMPAC) 인수에 성공했다. 세노바메이트의 시판이 결정되면 SK(주) 자회사인 SK바이오텍 등이 원료의약품 생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SK의 독자개발 신약이 상업화에 성공하면 SK바이오팜은 연구, 임상 개발뿐 아니라 생산 및 판매까지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글로벌 종합제약사(FIPCO: Fully Integrated Pharma Company)’로 본격 도약할 뿐 아니라 한국의 글로벌 신약강국의 서막을 여는 획기적 이정표를 세우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SK바이오팜 조정우 대표는 “당사가 제출한 NDA를 FDA가 검토하는 과정에서 긴밀히 협조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중추신경계 및 항암 분야 등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바이오팜측은 “오는 11월 30일 미국 뉴올리언즈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뇌전증학회(AES, American Epilepsy Society)의 포스터 세션에서 세노바메이트의 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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