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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BTS 음악, 한국적이지 않다고?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방탄소년단(BTS)은 세계에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린 한국인이 아니라 세계에 세계 문화를 가장 현란하게 보여준 한국인이다.”

문학평론가인 정과리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가 월간 문학사상 12월호에 ‘BTS의 약진을 계기로 돌아다본 한국문화와 한국문학’이라는 제목으로 쓴 글의 일부다.

정 교수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고려청자나 조선백자 같은, 변별성을 확보한 한국적 문화예술이라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정 교수의 눈에는 영화 ‘서편제’만 한국적인 것이고, 영화 ‘쉬리’는 헐리웃 따라쟁이밖에 안될 것 같다. ‘쇼미더머니’나 ‘고등래퍼’에 나와 랩을 하는 사람들은 전부 미국 것을 하고 있다는 것일까? 정 교수는 김하온의 명상랩을 한번이라도 들어본 것일까?

여기서 힙합이나 랩은 소재인 것이고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흡수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한국적인 것도 만들어낼 수 있다.

정 교수의 이어지는 글에서는 “한류의 성공은 ‘한국적인 것’이라고 가정된 것이 아니라 세계의 대중문화의 추세가 요구하는 동작과 감각을 가장 자극적으로 혹은 집약적으로 표현하는 데 있었다”라고 쓰고 있다. 이 말은 한류가 한국적이지 않다고 결론내릴 근거로서가 아닌, 그냥 대중문화의 속성을 이야기한 것에 불과하다. 

대중문화란, 특히 한국을 넘어 세계인을 상대로 하는 한류로서의 대중문화는 세계인들이 좋아할만한 내용을 담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또한 대중문화로서의 대중음악은 국가를 전면에 내세우기 보다는 문화적 세련됨을 더 중요시한다.  

방탄소년단은 미국음악인 힙합을 음악의 주요 베이스로 하고 뭄바톤, 퓨처베이스, 알앤비, 소울, 일렉트로닉 등 서양 음악 장르들을 차용하지만 최종 결과물은 ‘우리 것’이다. 그들이 가사로 쓰고 있는 일관된 메시지와 학교와 청춘, ‘러브 유어셀프’ 등에서 나타나는 내용들은 모두 한국적이다. 

게다가 그들은 세계무대에서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 N포세대 이야기, 수저론 등 한국의 상황을 통해 청춘들의 아픔과 고민을 녹여낸 방탄소년단은 한국적이면서 동시에 세계적이다. 특수성이 보편성을 획득한 것이다.

심지어 그들의 최근 노래 ‘아이돌’의 가사와 뮤직비디오에는 정 교수가 한국적이라고 할 것 같은 북청사자놀이나 택견 발차기가 있고 후렴구로 ‘얼쑤’도 있다.


현재 우리가 만들어내는 대중문화는 시간이 지나야 더욱더 우리 역사나 우리 고유 문화가 된다. 몇백년이 지나면 우리 후손들이 고전시간에 ‘고려가요’나 ‘신라 향가’를 공부하듯이 넉살의 랩인 ‘필라멘트’ 가사를 공부하지 않을 거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마찬가지로 방탄소년단이 발표하고 있는 노래도 몇백년이 지나면 “매우 한국적이다”라고 할지도 모른다.

정 교수는 BTS의 음악에 한국 문화의 ‘실질’이라고 할만한 고유한 것이 없다고 하는데(그래서 실체가 없다고 하고 싶은 것 같은데), 문화에서 고유라는 것은 원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융합과 변종으로 계속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것은 창조의 행위이고 예술의 행위다.

우리에게는 넘쳐나는 스타지망생과 그들을 키워내는 수많은 연예기획사 등 한류를 만들어낼만한 생태계가 조성돼 있다. 그것은 ‘한국적인 것’이다. 말하자면 ‘한국적인 노하우’다. 그 CT(컬쳐 테크놀러지)만 있으면, 어딜 가서도 ‘한국적인 아이돌 그룹’을 만들 수 있다.

방탄소년단에 대해 다양한 견해와 해석, 비평이 나오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정 교수의 이런 분석은 자칫 방탄소년단을 한국적인 것이자 세련되고 보편적인 가치까지 만들어 내는 K팝 콘텐츠로 소비하며 무한 애정을 보이는 '글로벌 아미'들에게도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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