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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과 삶의 조화, 잘사는 사회에서 행복한 사회로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우리나라에서 8시간 노동을 둘러싼 논쟁은 없었다. 한국전쟁 중 처음으로 노동법을 제정한 1953년부터 법정노동시간은 하루 8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대신 주간노동시간에 대한 논쟁은 끊임없었다. 1953년 우리나라 법정노동시간은 주48시간이었다. 주6일 근무제였지만 주6일 근무하는 직장은 많지 않았다, 1989년 주44시간으로 단축했다. 토요일을 반공일로 바꾼 주5.5일 근무제를 시작한 것이다. 

지난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주5일 근무제를 단계적으로 시행하면서 다시 한 번 4시간 줄여서 주40시간 근무제로 전환했다. 주48시간 근무제를 시행한 1981년 실제 주당노동시간은 53.6시간이었지만 주44시간 근무제에 돌입한 1989년에는 54.6시간으로 오히려 늘었다. 

사회적 합의 없는 노동시간 감축은 작동하지 않았다. 김영삼 정부가 출범하면서 노동시간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 법정노동시간 단축 없이도 노동시간은 줄어든다.

2016년 현재 우리나라 주간노동시간은 법정 40시간 실제로는 43시간이다. OECD회원국 평균 34시간에 비하면 훨씬 길다. 연간노동시간을 비교하면 그 격차는 어마어마하게 커진다. OECD 회원국 노동자들이 연간 1763시간 일할 동안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2069시간 동안 일한다. 일을 우선하다 보니 여가생활이나 가정생활은 항상 뒷전이다. 장시간노동 때문에 일과 여가생활, 일과 가정생활을 조화롭게 영위하지 못한다.

한국가족자원경영학회 소속 교수들이 지난 11월 10일 성신여자대학교에서 “쉼이 있는 삶을 위한 가족자원경영학의 과제”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가족자원경영학회 홍성희 회장(계명대학교 가정학과)은 “이제는 정말로 일과 삶을 조화롭게 영위할 수 있는 실제적인 방안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주제강연에 나선 최석호 교수(서울신대 관광경영학과)는 “IMF 경제위기를 맞기 하루 전날에도 서울시내 대기업 본사에서는 밤늦게까지 일하고 있었다”면서 “장시간노동에서 창의적인 노동으로,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회에서 삶의 질이 높은 사회로 하루 빨리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잘사는 사회에서 행복한 사회로 목표를 전환해야만 일과 여타 삶을 조화롭게 영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어 주제강연에 나선 조희금 교수(대구대학교 가정학과)는 “노동시간 단축이 여가시간 증가로 이어져야만 일과 가정생활을 조화롭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여성이 가사노동을 전담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시간을 단축해도 일과 가정생활을 조화롭게 영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즉,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가족 모두가 가사노동을 분담하고 여가를 공유해만 일과 삶에 균형을 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발표자로 나선 윤소영 센터장(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여가연구센터장)은 “우리 국민들이 생애주기에 따라 자신의 여가경력을 잘 개발해야만 일과 여타 삶을 조화롭게 할 수 있다”면서 “생애주기별로 여가활동 목표와 과제를 뚜렷하게 제시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가족친화경영을 통한 일과 가정생활 균형(한국건강가정진흥원 가족친화기원센터 강복정 센터장), 생활시간 분석을 통한 맞벌이 남성의 일과 가정생활 균형(한국방송통신대학교 서지원 교수), 맞벌이 부부의 일과 삶 균형과 행복(김성희 여주대학교 교수, 최환규 워라밸연구소 소장), 일과 여가 균형을 위한 가족정책 과제(송례림 울산대학교 교수) 등 현황을 진단하고 과제를 찾아 나선 발표는 오후 늦게까지 계속됐다. 이제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차례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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